연성 규범(Soft Law)은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친 경성 규범(Hard Law)은 아니지만, 사실상 구속력을 갖는 규범을 말한다. 국회에서 법 개정에는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모든 제도 마련이 꼭 법이라는 형식을 택할 필요는 없다. 일본은 기업지배구조 코드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중심으로, 코드의 실효성을 보완하는 구체적인 실무 지침을 제공할 뿐 아니라, 주기적인 평가와 개선 논의를 통해 지배구조 규범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처럼 입법이 아닌 방식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7일 여의도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김종민 국회의원 주최로 ‘연성 규범을 활용한 기업 거버넌스 개선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일본 기업 지배구조가 한국 앞서는 이유는…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김순석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법은 일본이나 우리나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연성 규범의 도입 이후) 일본이 우리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훨씬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기업 지배구조 코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따르는 규범이다. 김 교수는 “코드를 준수하거나 아니면 준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아니한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해결책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 그다음에 해결책을 선택할 때의 리스크, 그다음에 준수하지 아니할 경우 어느 기간 동안 준수하지 않고 언제부터 준수할 것인지를 설명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기업 실무에서 실현 가능한 내용으로 재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너무 이상적으로 자세히 나열하기보다는 실천 가능한 원칙을 간단 명료하게 규정하고 기업들이 준수하도록 해야 현실적”이라면서 “한국거래소 상장·공시 규정이 이행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성 규범에 주주 권익 보호 담아야”
안효섭 한국ESG연구소 거버넌스본부장은 연성 규범이 가지는 효과가 크다고 봤다.
안 본부장은 “다수 일반인들이 연성 규범을 국가의 정책적 판단이나 의도의 표현이라고 여겨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정식으로 법률화되거나 정부의 공권력이 미치는 범위로 흡수될 것이라고 믿기 쉽다”면서 “연성 규범을 국가가 그 시대를 바라보는 인식이나 관점을 보여주는 일종의 잣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사적 영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연성 규범이 주주 권익 보호를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본 지배구조 코드는 주를 위한 사회 이사회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일본 상장회사를 압박하는 규정이 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그런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 본부장은 “우리나라도 영국과 OECD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참고해 책임 투자 부분도 많이 선진화되었으나 아직까지는 주주권에 대한 배려와 권리 인정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면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에 관한 상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으나 통과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거래소의 가이드라인이나 ESG 모범 규준 등을 주주 권리를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시장 자체가 바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 자본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ESG 평가 제도 개선 중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과장은 “정부 차원에서는 법무부에서는 전자 주총 활성화 상법 개정을 지금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금융위에서는 어떤 일반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 물적 분할 시 일반 주주 보호 방안, M&A에서 의무 공개 매수 제도 도입, 사전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와 같은 그런 일반 주주 보호와 주주권 강화를 위한 그런 제도 개선을 추진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그런 ESG 공시 평가와 관련한 일련의 프로세스를 제도 개선을 하고 있다”면서 “기업에게 자율성을 주면서 스스로 최적의 지배구조를 찾을 수 있도록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 발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거래소, 지배구조 가이드라인 대폭 개편
윤재숙 한국거래소 ESG지원부 부장은 “한국거래소는 10개의 핵심 원칙을 정해 일종의 공시 기준으로서 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면서 “주요 내용은 주주 권리, 이사회 운영, 감사 기구 운영 크게 3가지”라고 말했다.
윤 부장은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한국거래소에서 연중 보고서 전수 점검을 해서 점검 및 분석 결과에 대해 발표를 하고 실제 가이드라인에 충실하게 기재하지 못한 경우에는 정정 공시를 요구한다든지 최종적으로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되게 하는 제재 조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가이드라인 준수율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10월에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개편하면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이나 중장기적 이익에 영향을 주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익도 고려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현실 고려를”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 그룹장은 “국내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대기업이나 지킬 수 있”고 중소기업에겐 굉장한 부담”이라면서 “중소기업들도 잘 따를 수 있게 하려면 기업 지배구조 모범 규준은 조금 더 간소화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진 그룹장은 “코스피 상장사는 60%가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지만 코스닥은 그 비율이 20%가 안 된다”면서 “이사회 내 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는 법인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업에서는 연성 규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진 그룹장은 “기업들 입장에서 연성 규범과 경성 규범을 구분하지 못하니,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따르게 되면 법을 어기게 될까 겁을 내고 있다”고도 했다.
[현장+] "자본시장 발전, '이사회'에 달렸다"...스타벅스 사례 보니
“한국 자본시장이 좋아지려면 이사회의 기능이 중요하다” 이남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는 1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주최한 특강에서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오해’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가 말하는 오해란 무엇일까. 이 교수는 “대주주 지분이 높으면 지배구조가 안정적이라는 일부 의견이 있다”면서 “가장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대주주 지분과 지배구조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애플과 스타벅스는 대주주가 없는데 세계 최고의 지배구조를 자랑한다”고도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사회의 역할이다. 그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회사와 모든 주주의 장기적인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면서 “스타벅스 이사회는 항상 프리미어리그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에는 늘 IT 전문가가 있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셰릴 샌드버그 메타 공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