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은 왜 ‘지분 쪼개기’ 수법까지 동원했나

[자료=국회 윤관석 의원실]

사조그룹은 사조산업을 사실상 지주회사로 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근 국회에선 사조산업의 ‘지분 쪼개기’가 쟁점이 됐다.

지난 20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관석 의원이 “계열사 간 지분 분산과 주식 대차거래를 통해 최대의결권 확대를 도모하는 등 3%룰을 무력화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캐슬렉스 골프장 서울-제주 합병 소식에서 불거진 갈등


문제는 지난해 12월 사조산업이 골프장인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 제주의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다. 소액 주주들이 여기에 반대하고 나섰다.

사조산업이 79.5% 지분을 보유한 캐슬렉스서울은 알짜 회사다. 위례 신도시 부근에 위치해 방문객 수입은 물론 자산 가치만해도 엄청나다.

하지만 캐슬렉스제주는 오너 3세인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이 49% 지분을 갖고 있다. 또한 손실이 누적된 부실기업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주 부사장이 알짜 회사 캐슬렉스서울을 삼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주주들 의견이었다.

결국 주주들의 반대에 합병은 무산됐다.

캐슬렉스 제주

이후 소액 주주들은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주장했다. 지난 7월엔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감사위원 후보로 임명하자며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사조산업은 사외이사만 감사가 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꿨다. 소액주주연대는 송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주총 표 대결에서는 회사 측이 불리했다. 사조산업은 최대주주인 사조시스템즈가 24.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도 13.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를 선임할 때는 이 지분이 3%로 제한된다. 상법상 3%룰이라 불리는 의결권 제한 규정 때문이다. 사조시스템즈와 주 회장의 의결권을 합쳐도 6%에 불과한 셈이다.

주 회장은 꼼수를 썼다. 지인 2명(문범태, 박창우)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방법이다. 그렇게 그 두 명이 각각 3%씩 의결권을 행사했다. 6%에 불과하던 의결권이 12%로 두 배가 된 것이다.

거기다가 그룹 계열사 간 지분 쪼개기까지 동원했다. 의결권은 31%로 늘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

지분 쪼개기 제한하는 법 나올까


사조그룹은 소액주주가 감사로 들어오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그러나 재계는 정치권이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에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윤관석 의원은 “대여주식에 대해 일부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3%룰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기업에 대한 행정적 제재 수단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여당이 나선 만큼, 정부가 새 상법 개정안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사조 브랜드 웹사이트 캡쳐

수조원 자산 가진 사조산업 주가는 왜 이래?


이번 사건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조산업의 기업 가치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조그룹 주요 계열사를 거느린 사조산업의 시가 총액은 2425억원이다.

사조대림(2575억원), 사조오양(928억원), 사조동아원(1849억원), 사조씨푸드(921억원) 등 4개 상장 계열사 시가 총액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작은 숫자다. 게다가 캐슬렉스서울의 부동산 가치만 수조원으로 추산된다.

일부에서는 사조산업이 주가를 높일 유인이 없는 상황임을 지적한다. 주 회장의 지분 승계를 위해서는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증여세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주회사 전환을 하더라도 오너 일가가 지주사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가를 높일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조산업에 대해 “현 주가는 보유 자산 대비 저평가 되어 있다”면서 “오너家 3세로의 승계 작업까지 완료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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