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르텔 일망타진…그 뒤엔?

윤석열 대통령 [사진=국민의힘]

우리 형법은 혼자 죄를 저지르는 것보다, 여럿이 저지르는 죄를 더 중하게 벌한다. 폭행, 강도도 둘 이상이 공범이 되면 앞에 ‘특수’자가 붙는다.

아예 범죄단체조직죄라는 별개 죄도 성립할 수 있다. 그 경우 형벌은 아주 세다.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해 판 조주빈이 징역 40년형을 받은 이유다.

체포돼 재판에 넘겨진 조직폭력배 두목이 “저희 범죄 단체 아닙니다”, “동네 양아치입니다!”라고 외쳤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전해진다.

그래서 같은 문신을 한 조직원들을 줄줄이 세워놓고 ‘일망타진’했다는 TV 뉴스를 내보내는 일을 경찰은 큰 자랑으로 생각한다. 수사기관에게는 더 중한 죄를 적용할 수 있는 성과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카르텔’ 언급에서 과거 대형 범죄자들을 잡던 수사팀장의 말투를 떠올리는 국민들이 많다.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인 범죄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큰 문제고 수사기관은 물론 국세청을 비롯한 권력 기관이 총동원되고 있다.

카르텔(cartel)은 종이라는 뜻의 라틴어 카르타(carta)에서 나온 말이다. 종이에 약속을 적어 만들어진 관계, 공동체를 가리켰다. 그 약속이 담합이나 부정한 관계로 변질된 경우가 많아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해졌다.

문제는 카르텔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지배 구조다. 카르텔은 기본적으로 경쟁이 제한된 환경에서 생겨난다. 수능을 출제하는 교수·교사와 사교육 업체 간에 카르텔이 있다면, 그것은 수능 출제 위원 선정이 개방돼있지 않다는 의미다.

아파트를 짓는 건설 업체에 카르텔이 있다면, 입찰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상황을 드러낸다. 시민단체가 세금을 받아쓰는 카르텔이 됐다면, 그것을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그런 범죄자를 추적해 잡아들이고,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겨 처벌받도록 한다. 그들의 임무는 여기에서 끝난다.

그런 뒤에도 새로운 범죄자가 나타나거나, 처벌을 받은 사람이 재범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경찰과 검찰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했던 일을 계속할 뿐이다. 그 뒤의 문제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대통령의 대응은 일망타진과 처벌, 그 뒤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카르텔이 만들어지는 지배 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더 큰 과제가 남아있다. 대통령의 말은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대책은 국민들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2014년 세월호 사태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해경(해양경찰)을 해체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지금까지 조롱을 받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근엄한 태도로 “카르텔을 박살 내겠다”라고 선언하는 윤 대통령에게서 국민들이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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