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괘씸죄

기사 내용과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대검찰청]

우리나라 형법에서 가장 무서운 죄는 괘씸죄다. 피고인은 단정한 복장으로 와 법정에 와서 그저 조아려야 한다.

여기서는 검사가 ‘완벽한 수사 결과’를 증거로 내밀어야 한다. 피고인이 죄를 지었다는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를.

그러나 수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때로는 증거가 부족한 범죄도 많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 피고인의 자백은 가장 큰 증거가 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언제나 자백을 해야하는걸까. 검사가 제시한 증거가 부족하다면, 빠져나갈 구멍이 보인다면 무죄를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 검찰도 경찰도 더 충분한 증거를 찾고자 노력하지 않을까. 그러나 괘씸죄의 성립은 이를 가로막는다.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에게 더 센 형벌을, 그저 반성한다고 조아리는 이에게는 약한 형벌을 주는 방법이다. 결국 피고인은 센 형벌과 무죄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도박을 해야 한다.

피고인은 결국 자백과 반성을 택한다. 부족한 수사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 괘씸죄의 공포다.

‘의심스러울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은 설령 죄를 저지른 자를 처벌하지 못하더라도, 억울하게 처벌받는 이가 없어야 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그러나 괘씸죄가 있는 한 이 원칙은 원칙일 뿐이 된다. 검찰과 경찰의 직무 유기는 이렇게 유구한 전통을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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