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의 현대, PC 만들어?…미국 회사 ‘현대테크놀로지’는 누구

[현대테크놀로지 웹사이트 캡쳐]

현대(HYUNDAI) 브랜드를 이용해 태블릿 PC, 모니터, 기타 주변 기기를 판매하는 미국 업체가 있다. 심지어 회사 소개에는 현대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까지 언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발표한 ‘2022 글로벌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 2022)’에서 브랜드 가치 173억 달러를 기록하며 종합 브랜드 순위 35위에 올랐다고 이달 3일 밝혔다.

이처럼 현대가 가진 브랜드 가치를 전혀 관련없는 회사가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 제품을 리뷰한 유튜브 동영상에는 “현대가 태블릿 PC도 만드나”라는 제목이 붙기도 했다.

[현대테크놀로지 웹사이트 캡쳐]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현대테크놀로지(Hyundai Technology)라는 상호를 쓰고 있다. 미국 캘리포아니주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웹사이트에 “현대는 70여년 전인 1947년 한국에서 정주영에 의해 창업된 회사”라면서 Hyundai가 가지는 뜻과 발음도 설명하고 있다.

마치 현대자동차, HD현대 등 국내 범현대 계열사와 관련이 있는 기업처럼 보인다. 미국 내에 상표권도 등록됐다.

그러나 현대테크놀로지가 등록한 상표권의 근거는 코스닥 상장 기업 현대바이오사이언스(옛 현대IBT)가 넘긴 상표에 근거하고 있다. 두 회사가 상표에서 쓰는 글씨체도 같다.

옛 현대그룹 계열 현대전자 모니터 생산부문이 현대이미지퀘스트라는 회사로 분사했다. 계열 분리 후 IT 사업을 하겠다면서 사명을 현대IBT로 바꿨다.

이후 최대주주 변경을 거쳐 현재는 범현대와 무관한 회사인데, 바이오 사업 진출과 함께 사명을 현대바이오사이언스로 바꿨다.

2003년과 2008년 당시 현대IBT는 ‘현대’라는 상표로 지정 상품을 추가 등록 출원했다. 그러자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이 “상표 등록은 무효”라며 현대IBT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대법원은 현대IBT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범현대그룹이 ‘현대’라는 상표의 등록과 사용에 중심적 역할을 담당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뿌리가 옛 현대그룹에 있는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도 현대 상호를 쓰고 있다. 다만 상표권 추가 등록에 대해서만 무효 판결이 내려졌을 뿐이다.

과거 범현대 기업들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도 상호를 쓰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으로 소송을 걸었다. 1심 법원은 저축은행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판결은 달랐다.

2013년 5월 2심 판결에서 패소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같은 해 8월 사명을 SBI저축은행으로 바꿨다.

범현대에 속하는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도 현대 브랜드를 해외 가전 업체에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2016년 3월 HD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회사로 옛 현대상사를 중심으로 한 별개 기업집단이됐다.

현재 보조 배터리 등 일부 해외 기업 제품이 현대 로고와 상표를 쓰고 있다.

현대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고 만들어진 보조 배터리 [사진=현대코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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