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스타트업 ‘뻥튀기’ 막는다면

 

’10조~20조원’

핀테크 앱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 가치다. 최소 10조원을 부르는 이들부터 20조원을 언급하는 이들까지 있으니 나타난 현상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중립적’으로 15조원이라고 써야 할까.

10조원과 20조원은 2배 차이이며 10조원 차이다. 어느 기업의 가치가 이렇게 고무줄식이라는 것은 제대로 된 가치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기업가치 7조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독립 리서치센터인 ‘스마트카르마'(Smartkarma)는 컬리 기업가치는 3조 5000억원부터라며 절반으로 후려쳤다.

벤처 투자에 몰리는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적자를 내는 기업들도 얼마든지 기업가치 조 단위 유니콘이 되는 세상이다.

벤처 기업 가치는 어떻게 산정할까. 가장 최근에 발행한 주식을 얼마에 팔았느냐가 기준이다. 기존에 9만주를 발행한 기업이 1만주를 추가로 발행하면서 1억원을 투자 받았다. 그렇다면 1주의 가치는 1만원이 되면서 10만주를 발행한 기업의 가치는 10억원이 된다는 식이다.

사실 기업에 새롭게 유입된 금액은 1억원에 불과하지만 기업 가치는 그 10배로 뻥튀기가 됐다. 물론 상장 후에도 꾸준히 기업 가치를 키워갈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장 직후 투자자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면서 기업 가치는 절반 밑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

늦게 투자한 이들일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그리고 늘 가장 늦게 투자하는 것은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다.

이 같은 벤처 투자 과열 시대에 복수의결권 도입이 기업 가치를 보다 제대로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복수의결권은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미국·중국·영국·인도는 모두 복수의결권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제도 개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대주주가 횡포를 부릴 수 있는 또 다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내정이 발표된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의원으로서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벤처업계에서는 이 장관이 새 정부에서 복수의결권 도입에 적극 나서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은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인해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100분의 30 미만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등의 경우로 한정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창업자가 지분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식 발행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다. 투자하고자 하는 자금은 넘치는데 시장에 나오는 지분은 적다. 그러니 한 주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주당 비싼 가격을 지불한다. 그러자니 이미 발행된 주식들 가치까지 뛰면서 기업 가치가 뻥튀기된다.

유니콘이 아닌 스타트업도 창업자 지분이 떨어질까 봐 제대로 된 투자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물론이다. 경영에 꼭 필요한 투자 자금을 유치하려면 주식을 발행해야 한다. 그러다 창업자 지분이 30% 미만으로 떨어진다면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협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수의결권이 도입되면 어떨까. 최대 10배 의결권이 보장된다면 창업자는 5% 지분만 보유해도 넉넉하게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주식을 발행해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시장이 원하는 만큼 충분한 주식 발행이 가능해 기업 가치가 왜곡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개정안은 복수의결권 도입에 최대 10년의 시한을 둬 이것이 악용되지 않도록 조치를 충분히 하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바꿔도 늦지 않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기에는 기업 현실과 산업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흐름에 맞춰 제도도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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