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서 벤처 기업 대상 복수 의결권 도입을 논의하는데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벤처 활성화보다는 기업 오너를 위해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는 22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었다. 류 대표는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주주 보호 장치가 크게 미비하고, 이사회의 역할도 부족하다”며 “개정안의 일몰조항도 해외 사례에 비해 완화되어 있고, 복수의결권이 악용될 경우 사후 구제장치도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류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비례적 가치를 훼손하고 특정 대주주의 배만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불공정한 회사 분할, 합병, 주식병합, 일감 몰아주기 등의 사례가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사전적·사후적 구제수단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주의 정당한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함께 도입하지 않고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것은 일반 주주들의 피해만 초래하는 요인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18년 이상 ESG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또한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를 설립했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도 “김봉기 한국은 총수가 지분 4% 미만으로 피라미드식 계열사 소유구조를 통해 경영 통제권(내부지분율)을 58%로 약 17배나 뻥튀기시켜, 실질적으로 17배 복수의결권이 부여된 상태”라면서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주주 간 이해 상충 자본거래(분할, 합병, CB/BW 발행, 주식 교환 등)를 통해 나머지 주주 재산을 약탈해 가는 것이 보장되어 있다”라고 했다.
그는 “지배주주들이 대놓고 기업을 발라먹으며 경영권을 세습하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여기에 복수의결권까지 도입하자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복수의결권 도입에 대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입장 전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복수의결권 도입을 반대한다”
지난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에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엔 1주당 10개 이하의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지만, 각계는 개정안의 통과를 낙관하며 촉구하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복수의결권 도입에 반대하며 면밀한 재검토를 요청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복수의결권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는 우리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일부 해외 국가들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고 있으나, 공통적으로 일몰조항, 브레이크스루 조항, 지배구조 관련 규제 등 복수의결권의 악용을 막는 제도를 충실히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주주 보호 장치가 크게 미비하고, 이사회의 역할도 부족하다. 개정안의 일몰조항도 해외 사례에 비해 완화되어 있다. 또한 복수의결권이 악용될 경우의 사후 구제장치도 미흡하다.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와 같은 절차가 없어 투자자가 회사의 불공정한 의도를 입증하기도 매우 힘들다.
일반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비례적 가치를 훼손하고 특정 대주주의 배만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불공정한 회사 분할, 합병, 주식병합, 일감 몰아주기 등의 사례가 수 없이 존재하고, 그러한 행위들의 사전적·사후적 구제수단이 작동하지 않는 한국에서, 주주의 정당한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함께 도입하지 않고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것은 일반주주들의 피해만 초래하는 요인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입법, 사법적으로 확립하여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라는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본적 주주권이 보호되지 않아 해외 증시보다 저평가되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한국 증시에 복수의결권이 도입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주주의 이익이 잘 보호되는 미국에서조차 복수의결권으로 인해 전체 주주보다는 특정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등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오히려 장기투자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최근에는 미국, 캐나다 등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복수의결권이 오히려 축소되는 흐름이 보인다.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기금(CalPERS)은 2014년 복수의결권 도입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고, 미국기관투자자협의회(US Council of Institutional. Investors)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복수의결권 도입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2015년 OCED가 발간한 에서도 지배주주의 통제권(control)과 위험 레벨이 상응하지 않는 복수의결권과 같은 제도를 법이 허용하고 시장이 받아들이는 것을 소수주주들이 잠재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최근 주식회사 컬리는 창업자의 낮은 지분율 때문에 경영권 보호를 위해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하였으나 결국 한국 증시에 상장하기로 했다. 언론에 따르면, 뉴욕에서 기대한 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추정되며, 상장 이후 경영권은 창업자와 우호 주주의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 체결을 통해 보호받기로 했다. 컬리의 이런 행보는 결국 어느 시장에 상장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에 있어 기업가치가 복수의결권보다 우선되며, 복수의결권이 아니더라도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주목할 점은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미국의 빅테크 기업 알파벳, 메타 등에는 오히려 복수의결권을 폐지하라는 주주제안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기업은 S&P 500 등의 지수 편입도 제외된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분할, 합병 등에는 복수의결권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으며, 상장 후에도 3년 동안 복수의결권이 유지될 수 있다. 결국 복수의결권을 확보한 대주주가 분할, 합병 등의 방식으로 일반주주의 부와 권리를 편취하고 불공정 승계에 악용하는 것이 유행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자본시장에서의 최고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복수의결권이 아니라 경영진의 우수한 경영 능력과 실적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일반주주의 재산권이 극도로 침해 받고 있는 한국 자본시장에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것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더욱 심화시키고 코스피지수를 1천으로 회귀시킬 수 있는 “코스피 1천법”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류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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