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계열사 커피 상품권 지급…농심·롯데, 자사 제품 증정

주주총회에 참석하면 기념품으로 선물을 주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개인 주주가 급격히 늘어나 비용 부담이 커진데다가, 코로나19로 현장 참석이 어려워진 결과다. 그래도 과거처럼 주주들에게 선물을 주는 기업들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수원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2만원 상당 커피 교환권을 증정했다. 계열사 아티제 체인점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아티제 디저트 제품을 직접 나눠줬으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교환권으로 변경한 것이다.
자사 제품을 증정하는 기업들이 가장 많다.

농심은 지난 25일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신라면 건면 1박스를 선물했다. 약 1만 6000원 상당인 제품이다.
농심은 전통적으로 주주들에게 신라면 1박스를 선물로 지급해왔다.

롯데칠성은 23일 주총에서 칠성사이다 무라벨 에코 4병을 참석자들에게 증정했다. 약 5000원인 이 제품은 내년 3월 말까지 음료 판매액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아 한국산림진흥원에 기부할 계획이다. 한국산림진흥원은 해당 기부금을 나눔 숲 조성과 함께 산림복지서비스 향상에 활용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를 시작으로 향후 무라벨 생수 등 다양한 ESG 전용 음료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오는 5월 주총이 예정돼있다. 이들 계열사도 전통적으로 자사 식음료 제품을 선물로 증정해왔다.

지난 23일 주주총회를 연 한솔제지는 자사 제품 ‘고래를 구하는 물티슈’와 에필로우 결 가드닝 시트 마스크팩(5개입)를 주주들에게 선물했다.
해당 물티슈는 대부분의 일반 물티슈가 플라스틱 계열의 성분이 포함된 원단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천연 펄프와 식물에서 유래한 레이온 원단을 혼합 사용해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 물풀림 기준을 통과한 물이나 미생물에 의해 자연 분해가 가능한 원단을 적용하고, 포장재 또한 국가 녹색인증제 기술 및 제품 인증을 취득한 제품을 사용하는 등 내용물부터 패키지까지 환경을 고려했다.
이는 한솔제지의 친환경 종이로 생분해되는 포장지를 만들었다. 한솔제지는 마스크팩 업체들에 친환경 포장재 제품 ‘프로테고’를 공급하고 있다. 프로테고는 ‘보호하다’라는 뜻의 라틴어를 딴 제품으로 특수 제조된 원지에 한솔제지만의 코팅 기술을 접목해 산소와 수분, 냄새에 대해 우수한 차단 성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특히, 다층 복합소재로 이루어져 재활용이 어려웠던 기존 마스크팩 포장재와 달리 종이류 분리 배출이 가능하고, 90% 이상 생분해돼 기존 플라스틱 필름이나 알루미늄 호일 등을 대체할 수 있다.

에이치엘사이언스는 지난 22일 주총을 열고 참석자들에게 자사 건강기능식품 ‘닥터 슈퍼칸’과 화장품 ‘스킨마스터’를 선물했다.
소비자 가격으로 스킨마스터는 21만원 상당, 닥터 슈퍼칸은 2만 5000원 상당 제품이다. 에이치엘사이언스 1주 가격이 4만원에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6주 가격에 상당한 기념품이다.
휴마시스는 자사에서 생산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제품을 증정했다.

에코프로는 29일 진행한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수저 두벌씩을 선물로 전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5일 열린 올해 주총에서 제과류를 증정했다. 작년에는 아티제 2만원 상당 커피 상품권을 지급했다. GKL은 떡을 제작했다.
나이스정보통신은 소금이오는소리 특2호 소금선물세트를 주주들에게 선물했다. 5만원 상당 제품이다. 한국가구는 스위스의 초콜릿 제조업체 배리 콜레바우트(Barry Callebaut)의 다크레시피 70-30-38 400g 제품을 주주들에게 선물했다. 판매가 약 1만원인 제품이다.
JB금융지주는 30일 주총에서 자사 로고와 상호가 그려진 수건과 우산을 증정했다. KCC도 수건 2장씩을 선물했다.

주주총회를 앞둔 SM엔터테인먼트는 기관 투자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속 연예인 ‘에스파’의 친필 사인 CD를 선물했다. 친필 사인 CD는 팬들 사이에서 수십만원에 거래된다.
SM에 우호적인 주주들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SM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사내외 이사 선임을 두고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2015년 삼성물산도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경영 참여 요구에 직원들이 수박을 사들고 주주들 자택을 직접 방문해 위임장을 받은 적이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수년째 박찬구 회장과 조카 박철완 전 상무 측이 주총에서 표 대결을 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19~2021년 1000주 이상 보유 주주들에게 위임장과 함께 1만원 상당 선물세트를 함께 보냈다.
상법 제467조2 제1항(이익공여의 금지)은 ‘회사는 누구에게든지 주주의 권리 행사와 관련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공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회사가 특정의 주주에 대하여 무상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공여한 경우에는 주주의 권리 행사와 관련하여 이를 공여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금호석유화학이 보낸 위임장은 이미 박찬구 회장 측 의사대로 찬반 의사 표기까지 완료된 것이었다. 분쟁 상대방인 박철완 전 상무가 꾸준히 이의제기에 나섰던 이유다.
‘위임장 용지는 주주총회의 목적사항 각 항목에 대하여 의결권피권유자가 찬반(贊反)을 명기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었다. 올해도 주총에서 맞붙은 금호석유화학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주주들에게 선물을 발송하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주주총회 참석자들에게 기념품을 선물하는 기업들이 있다. 특히 일본은 1주 단위 거래가 가능한 우리나라와 달리 100주 단위 이상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그 때문에 소액 주주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닌텐도는 2000년대까지 자사 게임기의 주주용 한정판을 제작해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희소성 때문에 중고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제품이 됐다. 이후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최근에는 게임기 대신 시중에 거래되는 게임팩, 마리오 수건, 피카츄 쿠키, 녹차 등 자사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기념품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 구글은 모회사 알파벳 주주총회에서 자사 로고가 그려진 가방, 모자, 머그컵, 물병, 노트, 양말 등을 제공한 적이 있다. 구글 신입 사원들에게도 제공되는 물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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