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브릿지바이오·컬리·오름테라퓨틱…미국형 이사회 눈에 띄네

[사진=픽사베이]

바이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미국형 이사회 지배 구조가 자리 잡는 모양새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의료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루닛은 지난달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글로벌 갈헹 콩(Garheng Kong) 헬스퀘스트(HealthQuest Capital) 매니징 파트너를 기타 비상무 이사로 선임했다. 헬스퀘스트는 헬스케어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이다.

이날 주총을 기점으로 기존 4명이던 사내이사는 백승욱 의장, 서범석 대표 2명으로 축소됐다. 이로써 루닛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갈헹 기타 비상무 이사, 지난해 9월 사외이사로 선임한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 이사 등 총 4명으로 개편됐으며, 경영 투명성 확보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이사회 구성을 위해 외부 이사를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루닛은 이사회 참관인(Observer) 제도를 적극 추진해 지배 구조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사회 참관인 제도는 이사회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이사가 보유하는 의결권 등 권리와 의무는 부여하지 않는 제도로, 루닛은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 헬미 엘투키(Helmy Eltoukhy) 공동대표와 벤처투자사 타이번 자산관리(Tybourne Capital Management) 보선 하우(Bosun Hau) 상무를 참관인으로 선임하고 지배 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루닛은 또 주총을 통해 보상위원회 및 사외이사 후보추천 위원회를 설치하고 추후 이사회에서 위원장을 결정하기로 의결했다.

백승욱 루닛 이사회 의장은 “국내 헬스케어 기업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 밝은 해외 전문가를 기타 비상무 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이를 통해 루닛의 글로벌 전문성이 한층 더 강화된 만큼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투자를 집행한 벤처캐피털 출신 심사역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미국식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창업자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이사회를 장악해온 국내 벤처업계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코스닥 상장사 브릿지바이오도 2016년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이사회를 투자사 출신으로 구성했다. 대표이사를 제외한 5명이 사외이사인 구조였다.

당시 투자사인 LB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 SV인베스트먼트 소속 심사역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당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투자자의 신뢰가 중요한 바이오기업의 특성상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전문적인 의견과 자문, 네트워크를 제공받기 위해 이사회 문호를 대폭 개방했다”며 “아울러 이사회와 집행 주체를 분리해 좀 더 전략적인 의사결정과 경영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2019년 오름테라퓨틱이 인터베스트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문여정 심사역(현 IMM인베스트먼트 상무)을 기타 비상무 이사로 영입한 사례도 있다. 문 상무는 현재도 오름테라퓨틱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컬리도 상장 과정에서 이사회를 투자사인 벤처캐피털로 채웠다. 박희덕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 이성진 힐하우스캐피탈 심사역, 티엔티엔흐어 세콰이어 차이나 부사장 등이 컬리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다만 올해 2월 이들 사외이사들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로 교체한 상태다. 상장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영호 신임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증권감독국장·증권담당 부원장보·한국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김석호 사외이사는 공정위에서는 대변인과 카르텔조사국장·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기업거래정책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미국의 경우 투자를 유치하면서 벤처캐피털 지분이 과반수를 넘어서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 경우 창업자는 지분율 축소와 함께 경영권을 잃지 않기 위해 ‘차등 의결권’을 확보한다. 또한 이사회 역시 투자 유치와 함께 대부분 투자를 유치한 벤처캐피털 출신 사외이사들로 채워진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스타트업으로서는 투자 전문가와 업계 경력자들의 경영 참여를 통해 숙련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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