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2월 기업사냥꾼으로 잘 알려진 ‘칼 아이칸’은 KT&G 5% 지분을 확보한다. 이후 스틸파트너스, 하이리버, 칼 아이칸 연합군은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자회사 인삼공사 상장·매각, 전국 각지에 보유한 부동산 자산 매각,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했다. KT&G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며 지분을 모은 연합군에 맞서, 회사 측도 대규모 주식 소각을 비롯한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이들이 2006년 12월 주식 대부분을 털고 나가면서 전쟁은 싱겁게 끝이 났다. 그러면서 헤지펀드 연합군은 150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과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차익까지 챙긴 것은 물론이다.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외국 헤지펀드와 달리 국내 주주들의 행동은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소액 주주들은 말할 것도 없이 국내 기관 투자가들의 요구도 공염불에 그친 일이 많았다.
지난달 31일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는 그런 면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1% 미만 지분을 가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선임한 감사를 선임하기로 하고, SM 측 후보자는 사퇴했다. 감사뿐만 아니라 SM 측 사내외 이사 선임도 자진 사퇴로 이뤄지지 않았다.
칼 아이칸이 국내에 상륙한지 16년 만에 변화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물론 SM은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PD가 주식 매각을 앞두고 있다는 상황이 고려됐다.
이 PD 입장에서도 CJ그룹과 매각 논의가 무산되고, 카카오와 협상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PD가 주주들과 싸움에서마저 한 발도 물러나지 않으면 매각 자체가 불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지배 주주들의 전횡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소액 주주들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코스닥 상장 벤처캐피털 우리기술투자는 보유한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주총장에서 “두나무 지분 투자로 지난해 당기 순익이 굉장히 좋게 나왔는데 왜 배당을 하지 않느냐”고 한 주주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기술투자의 시가총액은 8000억원 대다.
보유한 두나무 지분 7.59%의 가치가 1조원에서 1조 5000억원 사이임을 고려하면 자산 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셈이다.
이 같은 발표에 우리기술투자 주가는 오름세다. 우리 증시에는 ‘자산주’라고 불리는 이 같은 종목들이 많다. 주식 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회사가 보유한 현금, 증권, 부동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종목들이다.
주주들의 외침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기업 가치에 반영될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깨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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