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주 대표소송 나서는 국민연금…긴장하는 기업들
“발행 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다”
작년 말 시행된 개정 상법에 도입된 주주대표소송이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가진 상장사만 국내에 200여 곳에 달한다. 국민이 낸 부담금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반발과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최근 주주 대표소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 운용 위원회가 갖고 있던 소송 발의 여부 결정 권한을 하위 기구인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에 넘겼다.
국민연금 기금의 소송 제기 범위에 주주대표소송과 다중대표소송이 모두 포함될 수 있도록 ‘주주대표소송’을 ‘대표소송’으로 명칭 변경하고, 현재 기금 운용본부(원칙) 및 수책위(예외)로 이원화된 대표소송 제기 결정 주체를 ‘수책위’로 일원화한 것이다.
특히 최근 1900억원이 넘는 횡령 사건이 일어난 오스템임플란트도 국민연금이 2.2%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국민연금은 경영진에 대한 대표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포스코 역시 물적분할에 대한 찬반 의결권 행사 여부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결정할 전망이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수백억원 규모 주식을 매각한 류영준 대표 내정자에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에 ‘수탁자 책임’을 언급하며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결권 행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재계 “과도한 주주권 행사…연금 손실 우려”
그러자 재계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강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단체는 10일 대표소송으로 인한 국민연금의 재무적 손실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들은 “기업과 대표소송 분쟁 시 막대한 소송비용에 비해 국민연금의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기업은 패소해도 임원 책임보험(D/O 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승소해도 이득을 보는 것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이사 등이 손해배상을 한다고 해도 그 금액은 국민연금이 직접 수령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일반회계 자금으로 흡수된다는 것이다.
또한 단체는 “손해배상액 또한 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금액으로서, 승소하더라도 주가 상승에 영향이 적어 소송 실익(효과 대비 비용)이 낮다”면서 “반면 국민연금은 대표소송을 위해 로펌 선임, 착수금 등 지급과 소송 종결 시까지 관리 비용은 점차 늘어나 국민연금의 재무적 압박이 증가한다”고 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오로지 연기금의 수익률 제고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하며, 기업 경영 간섭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가입자인 국민들에게 이중 피해 우려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고갈 시점이 2057년으로 앞당겨진 상황(4차 재정추계)에서, 불필요한 소송 남발로 기금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입자와 전체 주주 의사에 반하는 ‘잘못된 대리인’ 역할이라는 것이다.
단체는 “소송 대상 기업의 진취적 내지 적극적 경영활동의 위축을 초래하면서 기업가치 하락과 그에 따른 해당 기업 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국민연금의 섣부른 대표소송으로 대상 기업의 주식 가치가 하락할 경우 오히려 소액주주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노후자금을 이용한 과도한 주주권 행사라는 비판이다. 재계 단체는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은 현재의 의결권 행사와 기업 관여만으로도 충분한 주주권 행사 실현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기업 관여는 ‘비공개 대화 기업 선정 → 비공개 중점 관리 기업 선정 → 공개 중점 관리 기업 선정 → 주주 제안’이라는 절차에 따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0월 총 747회 주주총회에 참석해, 3319개 상정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중 찬성 표를 던진 것이 83.22%(2762건)며, 반대한 안건은 16.18%(537건)다. 중립·기권은 0.60%(20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2017년 2899건 → 2018년 2864건 → 2019년 3289건 → 2020년 3397건 등으로 증가 추세다.

시민단체 “문제 기업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당연”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상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과거 공개 행사에서 “해외 연기금은 주주 대표소송 및 입법청원 운동, 의결권 행사 등 활발한 주주권 행사로 해당 기업의 주식 가치 상승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며 “미국 펜실베이니아 운송 기금의 경우 페이스북의 차등 의결권 발행 시도 시 주주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일본 아베 정권 또한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 구조로 인하여 기업 가치가 저평가되고, 해외의 자본 유입도 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여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하는 등 일본 공적연금(GPIF)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지향하고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주주 활동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법령상 위반, 지속적으로 반대 의결권 행사한 사안 등을 중점 관리 사안으로 선정하고, 이사들의 횡령·배임·사익편취 등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효성·대림산업 등과 삼성중공업의 뇌물 공여, 삼성물산의 부당 합병 비율 등에 대해 속히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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