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PEF發 자진 상폐…락앤락·오스템임플란트·루트로닉·비올 이어 더존비즈온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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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계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더존비즈온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2조원 규모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국내 자본시장에 ‘PEF발 상폐 러시’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이 잇따라 증시를 떠나면서 자진 상폐가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QT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더존비즈온 지분 57.69%를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2만원으로 최근 종가 대비 약 25% 프리미엄이 붙었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EQT는 더존비즈온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자진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단순한 개별 딜이 아니라 최근 이어지고 있는 사모펀드 주도의 상폐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 “상장 후 비상장”…PEF의 새로운 투자 공식

최근 자진 상폐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한 뒤 공개매수와 주식교환 등을 통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생활용품 업체 락앤락이다. 최대주주였던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69% 이상으로 끌어올린 뒤 2024년 자진 상폐를 완료했다.

한앤컴퍼니 역시 시멘트 기업 쌍용C&E를 인수한 후 공개매수와 주식교환을 거쳐 비상장사로 전환했다. 쌍용양회 시절부터 49년간 이어온 상장 역사가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커넥트웨이브와 오스템임플란트도 같은 흐름을 따랐다.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잔여 지분을 확보한 뒤 상장폐지를 진행하며 기업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의료기기 기업 루트로닉 역시 한앤컴퍼니 인수 이후 비상장 전환을 선택했다.

최근에는 피부미용 의료기기 업체 비올이 VII파트너스 주도로 자진 상폐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더존비즈온이 상폐에 성공할 경우 이러한 흐름이 IT·소프트웨어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상장이 PEF의 엑시트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상장 이후 다시 비상장으로 돌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늘고 있다”며 “상장과 비상장의 경계가 투자 전략에 따라 반복적으로 바뀌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 왜 사모펀드는 기업을 증시 밖으로 데려가나

사모펀드들이 자진 상폐를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장 큰 배경은 의사결정 속도와 구조 개편의 자유다.

상장사는 공시 의무와 소액주주 권리,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박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 논의와 주주권 강화 흐름 속에서 이사회 책임과 배당 압박이 커지면서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비상장 전환의 매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또 다른 이유는 투자 회수 전략이다. 비상장 상태에서는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을 단기간에 추진하기 쉬워 기업가치를 높인 뒤 재매각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시장 변동성에 따른 주가 등락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영향력이 커진 환경에서 PEF가 장기 전략을 실행하기에는 상장 상태가 오히려 제약이 될 수 있다”며 “비상장 전환은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vs ‘개미 피해’…엇갈린 시선

자진 상폐 확산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긍정론자들은 국내 증시의 고질적 문제였던 중복상장과 과도한 상장사 수가 줄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국내 상장사 수는 주요국보다 빠르게 늘었지만 평균 시가총액은 크게 낮아 ‘종목은 많지만 시장은 약한 구조’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공개매수 가격이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기업이 주가가 낮을 때 공개매수에 나서면 소액주주가 불리한 가격에 지분을 넘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자진 상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공개매수 가격 산정 기준과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EQT의 더존비즈온 공개매수가 자진 상폐 흐름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제조·헬스케어 중심이던 PEF 상폐 사례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확대되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상법 개정과 행동주의 투자 확대가 맞물릴 경우, 사모펀드뿐 아니라 일반 기업까지 자진 상폐 전략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자체가 목표였던 시대에서 이제는 상장 여부가 전략적 선택이 되는 시대가 됐다”며 “더존비즈온 사례 이후 국내 증시에서 PEF 주도의 자진 상폐는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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