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주주 불신의 바닥에는 ‘승계 리스크’ 있다

서정진 회장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요구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이 법원에서 각하되면서, 회사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논란이 다시 시장의 중심 이슈로 떠올랐다. 표면적으로는 절차상 문제로 결론이 났지만, 그 이면에는 자녀 승계 구조와 주주가치 정책을 둘러싼 장기적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19일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가 제기한 임시주총 소집 청구에 대해 “신청인의 자격이 소명되지 않는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앞서 소액주주 1230명은 자사주 100% 소각,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미국 사업 부진 책임 규명, 배당절차 개선 등을 요구하며 임시주총을 추진했다. 회사 측은 해당 청구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셀트리온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주주 권익과 직결된 사안은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원칙론을 강조했다. 동시에 다음달 24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약 1조4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확산되는 주주권 강화 흐름에 대응하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사진=셀트리온

“경영은 2세, 지분은 1세”…시장 불신 키운 지배구조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단순한 주주정책을 넘어 ‘승계 구조’에 쏠려 있다. 셀트리온 그룹은 비상장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상장사 셀트리온을 지배하는 구조이며, 서정진 회장이 홀딩스 지분 약 98%를 보유한 사실상 단일 지배체제다. 반면 장남 서진석 대표와 차남 서준석 북미본부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 있지만 상장사 지분은 각각 0.002% 수준과 사실상 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경영 참여 선행, 지분 이전 부재’ 구조는 일반적인 승계 과정과 정반대라는 평가가 많다. 통상 승계는 지분 확보 → 의결권 강화 → 경영 참여 순으로 진행되지만, 셀트리온은 이미 경영권 일부가 2세로 넘어간 상황에서 승계 로드맵이 공개되지 않아 투자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언젠가는 지분 이전이 필요할 텐데, 그 과정에서 회사 자금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에 달하는 가운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예상 상속세 규모가 6조~7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인 자금만으로는 부담하기 어려운 규모라는 점이 승계 시나리오 논쟁을 키우고 있다.

서정진 회장의 장남 서진석 사장(왼쪽)과 서준석 북미사업 본부장

합병 논란 후유증…주주 불신 구조화

셀트리온을 둘러싼 주주 불신은 과거 합병 추진 과정에서 더욱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회사는 과거 셀트리온제약과의 단계적 합병을 추진하며 지배구조 단순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승계 포석으로 해석했다. 합병 비율의 공정성 논란, 수조 원 규모 주식매수청구권 부담 우려, 소액주주 가치 희석 가능성 등이 제기되며 강한 반발이 일었고 결국 계획은 중단됐다.

이후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이나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승계 목적 아니냐’는 의심이 반복되면서, 주주와 회사 간 신뢰 균열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임시주총 요구 역시 단순한 배당이나 자사주 정책이 아니라 경영 투명성과 승계 방향성을 요구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많다.


셀트리온 주가 흐름 [자료=네이버 증권]

실적은 고성장…그러나 밸류에이션은 제한적

사업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부문에서 고마진 신규 제품 매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램시마(IV·SC),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스테키마 등 주요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회사는 2038년까지 41종 바이오시밀러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CMO 사업 역시 글로벌 제약사와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축으로 평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셀트리온은 2026년 매출 5조 원 이상, 영업이익 1조5천억 원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증권가 역시 원가율 개선과 제품 믹스 변화에 따른 실적 상향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가는 실적 대비 낮은 PER을 유지하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승계 불확실성과 오너 의사결정 집중 구조를 대표적인 ‘구조적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한다.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 여부, 지주사 상장 가능성, 지분 이전 방식 공개 등 명확한 로드맵 부재가 투자 심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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