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소극적이지 않다…배당·보상·감사위원회 제도 개선 필요” [현장+]

2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주최로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내실화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의연]

국민연금이 배당 정책 개선, 임원 보수 투명성 강화, 감사위원회 역할 확대 등을 중심으로 수탁자 책임 활동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공시 의무화와 위탁운용사 질적 평가 확대 등 제도 개선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활동이 비공개로 이뤄지며 제기됐던 ‘소극적 주주권 행사’ 비판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2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주최로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내실화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이날 토론에서 “국민연금은 6대 중점관리 사안뿐 아니라, 예기치 못한 다양한 사건·사고까지 상시 모니터링하며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단계적으로 관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며 “비공개 원칙 때문에 활동이 드러나지 않을 뿐, 결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오해를 줄이기 위해 향후에는 활동 내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배당 정책을 대표적인 성과 사례로 제시했다. 이 실장은 “2016년부터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배당 정책 수립과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고, 2025년 말 기준으로 투자 대상 기업 대부분이 배당 정책을 공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제는 단순히 ‘수립·공개’를 넘어, 자본 배치 관점에서 배당 정책의 질을 평가하는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 전반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계도 분명히 언급했다. 그는 “잉여현금의 20%를 배당하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많지만, 나머지 80%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자본 배치의 나머지 영역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임원 보수 문제 역시 핵심 쟁점으로 제시됐다. 이동섭 실장은 “국민연금은 임원 보수가 많고 적음을 일률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며 “경영 성과와 보상이 합리적으로 연계돼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부분 기업이 내부적으로 보상 정책을 갖고 있지만, 이를 공개하라는 요구에는 경영 전략 노출, 노조와의 관계, 정치·언론 이슈 등을 이유로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외 기업의 경우 ‘세이 온 페이(Say on Pay)’를 통해 보상 구조와 목표, 달성 기준까지 투명하게 공개한다”며 “국내 기업은 주총 자료 한두 쪽에 총액만 기재하는 수준으로, 글로벌 기준과 비교하면 가장 취약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임원 보상 정책의 구체적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 [사진=김의연]

법령 위반과 관련해서는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문제로 짚었다. 횡령·배임, 부당지원, 사익편취 사안에서 감사위원회나 감사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인사 조치나 손해 회복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일수록 이러한 한계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위원회가 회계 감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업무 감사 차원에서 독립적으로 전문가를 선임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의 의무화 △임원 보상 정책 공시 의무화 △감사위원회 책임 강화 등을 제안했다. 현재 약 170개 기업만 자율적으로 공시 중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의무화할 경우, 자본 배치와 잉여현금 활용에 대한 정보 공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탁운용사 평가와 관련해서는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동섭 실장은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에 대해 일괄적으로 2점 가점을 부여해 왔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위탁운용사가 가입한 만큼 질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가점을 확대하고 차등을 둘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선안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신탁 방식과 위탁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신탁 방식은 의결권과 주주권을 운용사에 일임하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그에 상응하는 인력과 역량을 갖췄는지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직접 주주권을 행사하는 현재 방식이 일관성과 영향력 측면에서 아직은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도 내놨다. 다만 “모든 자산을 신탁 방식으로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자산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하는 방안은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섭 실장은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은 선언이 아니라 축적의 과정”이라며 “공시 강화와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의 자본 배치와 보상, 감사 체계 전반을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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