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준수로는 한계…스튜어드십 코드, 관여 활동을 ‘원칙’으로 끌어올려야” [현장+]

2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주최로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내실화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의연]

한국 자본시장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컴플라이 오어 익스플레인(Comply or Explain)’ 방식의 한계를 넘고, 기관투자가의 관여 활동을 원칙 차원에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한 소극적 이행과 불충분한 공시 관행을 개선하지 않으면 제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2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주최로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내실화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행 스튜어드십 코드는 원칙별로 준수 여부만 설명하면 되는 구조여서, 핵심인 관여 활동과 수탁자 책임 이행에 대한 실질적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여 활동을 선택 사항이 아닌 명시적 의무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행 코드에서 ‘수탁자 책임 이행 지침 마련’과 ‘대외적 관여 활동 보고’는 공개와 점검이 충분히 요구되지 않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특히 기업과의 대화, 면담, 개선 요구 등 관여 활동은 원칙 전문에 간접적으로 언급될 뿐, 구체적 기준과 책임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영국과 일본은 관여 활동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은 의결권 행사와 모니터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행 성과에서도 격차가 드러난다. 상위 50대 자산운용사 중 운용자산의 약 60%를 차지하는 4대 운용사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기부터 참여했음에도, 관여 활동 실적은 연평균 6건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 운용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 연구위원은 “대형 운용사 shows에서 실질적 관여보다는 형식적 보고에 머무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관여 활동의 질적 한계도 문제로 제기됐다. 대부분의 관여 활동이 이사회나 경영진이 아닌 실무 직원과의 질의응답에 그치고, 추가적인 개선 요구나 ‘에스컬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직원 접촉 비중이 90%에 달하고, 회사 측 답변을 받는 것으로 활동이 종료되는 사례가 많다”며 “이사회 차원의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시 기준의 불명확성도 스튜어드십 코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기관마다 관여 활동을 임의적 방식으로 공시하다 보니, 단순 사실 확인 수준의 활동도 ‘관여’로 분류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관여 활동 보고서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최소한의 항목을 안내 지침에 명시해야 한다”며 △관여 내용 △시기와 방식 △대화 상대(직원·임원·이사회) △진행 단계 및 종료 여부 △추가 조치 사유 등을 제시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사진=김의연]

협력적 관여 활동의 활성화 필요성도 강조됐다. 개별 기관이 단독으로 기업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비용 부담과 관계 악화 우려가 크기 때문에, 공동 대응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현행 제도에서는 6개월 보유 요건, 5% 대량보유 규제 등으로 인해 협력적 주주 활동이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영국과 일본은 특정 사안에 대한 공동 행동을 경영 참여나 공동 보유로 보지 않는 명확한 해석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국민연금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위탁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에만 가점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실제 수탁자 책임 이행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며 “일본 GPIF처럼 관여 활동의 질과 실적을 반영하는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본 사례처럼 협력적 관여 플랫폼과 투자자 포럼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연합체를 통해 정책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며 “한국도 금융투자협회 등을 중심으로 자산운용사 주도의 협력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라며 “관여 활동을 원칙으로 격상하고, 공시·평가·인센티브를 연계할 때 비로소 제도가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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