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의 대규모 인적분할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사업 효율화 차원을 넘어, 오너 3세인 김동선의 독자 노선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방산·조선·에너지 등 핵심 산업은 존속회사에 남기고, 테크·라이프 사업군을 별도 지주로 분리하는 구조가 사실상 김동선의 ‘마이웨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구도라는 분석이다.
테크·라이프 묶은 신설지주…김동선 색채 짙어진다
㈜한화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테크·라이프 부문을 떼어내 신설 지주회사(가칭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신설 지주 아래에는 한화비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갤러리아,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 등 비교적 소비재·서비스·신기술 성격이 강한 계열사가 포진한다. 재계에서는 “김동선이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사업군을 하나의 지배체계로 묶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등 그룹의 캐시카우이자 전략 핵심은 존속회사인 ㈜한화에 그대로 남는다. 이는 김승연 회장과 장남·차남 중심의 기존 승계 축과 김동선 라인의 사업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효과를 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금의 실탄’은 한화에너지 매각 대금
시장에서는 김동선의 독자 행보를 가능하게 하는 재원으로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 대금이 거론된다. 한화에너지는 과거 김동선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해온 비상장 에너지 계열사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적인 현금 창출 창구 역할을 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 지분 정리 과정에서 확보된 현금은 김동선이 신설 지주 체제 아래에서 신규 투자나 계열 확장에 나설 수 있는 사실상의 실탄”이라며 “이번 인적분할은 자금 출처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독립 경영의 명분을 쌓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분할과 주주환원으로 명분 쌓기
㈜한화가 이번 분할과 동시에 4천600억 원 규모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발표한 점도 주목된다. 소액주주 권익 강화 기조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인적분할 과정에서 흔히 제기되는 ‘자사주의 마법’ 논란을 선제적으로 차단했다는 점에서, 오너가 승계·독립 이슈를 둘러싼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읽힌다.
승계가 아닌 ‘분화’…한화식 3세 전략
이번 인적분할은 전통적인 승계 구도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룹 핵심을 물려받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고 성장 잠재력이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재벌 3세의 ‘계열 분화형 경영’ 사례로, 향후 다른 대기업 집단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김동선이 이번 구조 개편을 통해 사실상 ‘작은 한화’를 손에 쥔 셈”이라며 “자금의 출처가 한화에너지 매각 대금으로 비교적 명확한 만큼, 향후 행보는 투자 성과와 경영 능력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