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 오너 일가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한화에너지 지분 20%를 매각해 약 1조1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면서, 향후 자금 사용처를 둘러싼 시장의 해석이 분분하다. 재계와 자본시장에서는 두 형제가 각자 맡고 있는 핵심 계열사의 지배력과 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기준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16.60%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다.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온 결과다. 대규모 현금이 확보됐으니 최대주주에 오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최대주주는 36.15% 지분을 가진 (주)한화다.
그에 비해 김동원 사장의 한화생명 지분율은 0.29%로 미미한 수준이다.
한화그룹은 16일 김동원 사장이 한화에너지 지분 5%, 김동선 부사장이 15%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김 사장은 약 2750억원, 김 부사장은 약 825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회사 측은 증여세 납부와 신사업 투자 자금 확보가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그 이후 행보에 더 주목하고 있다.
우선 김동선 부사장의 경우, 유통·레저 축을 담당하는 한화갤러리아가 유력한 투자처로 거론된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그룹 내에서 김 부사장의 색채가 가장 뚜렷한 계열사로, 향후 프리미엄 유통과 라이프스타일 사업 확장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김 부사장이 대규모 현금을 확보한 만큼, 한화갤러리아 지분 추가 매입이나 자본 확충을 통한 지배력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장기적으로 계열 분리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읽힌다.
김동원 사장의 경우에는 금융 계열의 핵심인 한화생명 주식 매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사장은 현재 한화생명 사장으로 재직하며 그룹 내 금융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그룹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금융지주 전환 가능성, 자본 적정성 관리 등 과제가 상존한다. 시장에서는 김 사장이 이번 지분 매각 대금 중 일부를 활용해 한화생명 지분을 늘릴 경우, 경영 안정성과 지배력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거래는 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를 앞둔 프리 IPO 성격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한화에너지는 이번 지분 매각에서 기업가치 약 5조5000억원을 인정받았고, 외부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로 객관적인 밸류에이션 기준을 확보했다. 이는 향후 상장 추진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을 단순한 세금 재원 마련을 넘어, 삼형제의 역할 분담과 장기적인 지배구조 재편 흐름 속에서 해석하고 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조선·에너지, 차남 김동원 사장이 금융,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유통·서비스를 각각 맡는 구도가 보다 선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확보한 자금이 각자의 핵심 계열사로 흘러갈 경우, 한화그룹의 ‘느슨한 계열 분리’가 한층 구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계열 분리는 현재로서는 계획에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자본시장은 이번 지분 매각을 계기로, 김동선 부사장의 한화갤러리아, 김동원 사장의 한화생명을 축으로 한 각자도생 전략이 본격화될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