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니 국장 안 한다.”
이마트가 신세계푸드를 공개매수한 뒤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1주당 4만8120원. 발표 직후 주가는 그 가격에 거의 근접했지만, 문제는 ‘지금’이 아니라 ‘과거’다. 신세계푸드는 2015년 한때 23만원을 넘겼던 종목이다. 그 이후 10년 가까이 우하향했고, 그 시간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인내였다.
회사는 “기업가치가 주식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소액주주에게 프리미엄을 주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논리는 거꾸로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한다면, 주가를 끌어올릴 수단은 상장 상태에서도 충분히 존재한다.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사업 구조 개선, 적극적인 IR…. 그 모든 선택지를 건너뛰고 가장 손쉬운 길, 즉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를 택했다.
이 선택이 누구에게 유리한지는 분명하다. 최대주주다.
상장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공시 부담은 줄고, 주주 설득 과정도 사라진다. 비상장 상태에서는 인수·합병, 분할, 매각 등 굵직한 구조조정도 훨씬 빠르고 조용하게 진행할 수 있다. 소액주주 보호라는 번거로운 절차 역시 함께 사라진다. 이번 결정이 ‘기업가치 제고’라는 명분과 달리, 지배구조 단순화와 향후 사업 재편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용진 회장을 둘러싼 소액주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광주신세계 사례에서도 최대주주는 웃돈을 얹은 가격에 지분을 정리한 반면, 남은 주주들은 급락하는 주가를 감내해야 했다. 최대주주는 빠져나가고, 시장에 남은 것은 혼란과 손실뿐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번 신세계푸드 사태 역시 구조가 닮아 있다. 공개매수 가격은 ‘직전 종가 대비 20% 프리미엄’이라는 기술적 기준을 충족했을지 모르지만, 장기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사실상 손실을 확정하라는 통지서에 가깝다. 특히 2010년대 중반 고점 부근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에게 이번 가격은 ‘회수’가 아니라 ‘정리’다.
더 큰 문제는 반복성이다. 상장 계열사의 가치가 시장에서 낮게 평가될 때마다, 주주 환원이 아닌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방식이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본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다. “잘 안 되면 상장폐지하면 된다”는 신호는, 결국 장기 투자자에게 이 시장은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정용진 회장은 늘 ‘기업가치’와 ‘미래 전략’을 말한다. 그러나 그 미래에 소액주주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주주가 회사의 동반자라면, 동반자를 설득하고 함께 가는 길이 먼저여야 한다. 상장폐지는 마지막 수단이어야지, 가장 편한 선택지가 돼서는 안 된다.
이번 결정은 법적으로 문제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본시장은 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신뢰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신뢰는, 지금 신세계푸드의 주가 그래프보다 더 가파르게 꺾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