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재무적 투자자(FI)에 매각한 한화그룹 오너 일가의 선택을 두고 시장의 시선이 엇갈린다. 증여세 재원 마련과 신사업 투자라는 명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번 거래가 결국 한화에너지 기업공개(IPO)를 향한 수순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화에너지는 이미 ㈜한화의 최대주주다. 이런 구조에서 자회사를 또 상장시키는 것은 전형적인 ‘중복상장’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비상장 회사다. 이 회사가 상장될 경우, 기존 상장사인 ㈜한화 주주들은 지배력 프리미엄이 빠져나가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지주 성격의 회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를 따로 상장시키는 구조는, 이미 국내 자본시장에서 수차례 반복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번 지분 매각에서 더 주목할 대목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지분 50%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승계 구도를 명확히 했다는 해석과 함께, 향후 한화에너지의 전략적 선택이 오너 개인의 지배력 강화와 직결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럴수록 선택지는 명확해야 한다. 한화에너지가 독자 상장을 추진하기보다, ㈜한화와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 시장과 주주 모두에게 합리적인 해법이다.
합병은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중복상장 리스크를 해소하고, ㈜한화의 기업가치를 정면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선택이다. 특히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화에너지 IPO는 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
FI 유치는 자금 조달 수단일 수 있지만, IPO는 전혀 다른 문제다. 시장은 더 이상 ‘쪼개기 상장’을 성장 전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화그룹이 진정으로 자본시장 신뢰를 중시한다면, 한화에너지는 상장의 길이 아니라 합병의 길을 검토해야 한다. 중복상장의 피해를 막는 길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