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C·SK·태광산업 이어 BNK까지…제도 변화기 속 행동주의 존재감 부상

장기 가치투자를 표방해온 라이프자산운용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절차 중심형 행동주의’의 대표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얼라인·쿼드 등 고전적 행동주의 펀드들이 밸류업 프로그램과 경영개입형 제안으로 주목받았다면, 라이프운용은 기업 지배구조의 절차적 적정성, 내부거래의 공정성, 자사주의 구조적 활용을 핵심 축으로 삼아 보다 제도친화적이고 보수적인 노선을 구축해 왔다. BYC, SK, 태광산업 등 굵직한 대기업군에서 이미 존재감을 드러낸 데 이어 최근 BNK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에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라이프운용이 행동주의 기조를 뚜렷이 드러낸 첫 사례로 꼽히는 것은 BYC 내부거래 투명성 문제 제기였다. 당시 라이프운용은 BYC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 사이에서 이뤄지는 내부거래 구조가 일반주주에게 불리하게 작동한다는 점을 짚어내며, 이사회가 공정성 검증 절차를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순히 배당 확대나 단기 수익률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배구조의 골간을 손보지 않고서는 기업 가치가 영구적으로 할인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당시 라이프운용은 특수관계인 거래 심사체계 확립, 내부통제 프로세스 투명화, 이사회 내 독립성 강화 조치를 촉구하며 “내부거래는 사외이사의 단순 보고사항이 아니라 감시 기능의 가장 핵심적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사회의 관심을 크게 끌어올린 것은 SK㈜을 상대로 한 자사주 소각 요구였다. SK그룹은 대규모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해 왔으나, 대부분이 배당·보상 등과 분리된 관리계정을 유지하면서 실질적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라이프운용은 이를 두고 “배당 확대보다 더 근본적인 주주가치 제고 수단은 자사주의 영구적 소각”이라고 주장했다. 그 배경에는 자사주 보유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지분구조의 왜곡을 초래하고, 시장에서 SK의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판단이 있었다. 특히 상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과 맞물리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적으로도 SK 측이 자사주 활용 전략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프운용의 세 번째 굵직한 행동은 태광산업을 겨냥한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중단 요구였다. 당시 태광산업은 그룹사인 흥국생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증자 참여를 추진했으나, 이는 태광산업 일반주주에게 실질적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내부거래에 따른 자금 이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라이프운용은 공개 의사를 통해 “대규모 자금이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유지에 동원되는 구조는 지속할 수 없다”며 유상증자 참여 철회를 촉구했고, 결과적으로 태광산업은 발표를 번복하며 그룹 차원의 자금 이전 계획을 재정비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라이프운용은 한국형 지배구조 리스크의 핵심은 ‘순환지원 구조’에 있으며, 이를 차단하지 않는 한 기업가치 제고는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시장 전반에 던졌다.
최근엔 금융지주사 영역으로까지 행동 반경을 확장했다. BNK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가 투명성과 적정성 면에서 결함이 있다며 절차 중단을 요구한 공개 주주서한은 라이프운용의 철학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운영 과정의 불투명성, 설명회·자문단·후보 PT 등 투명성 강화 조치의 부재 등을 문제 삼으며 “현 경영진 연임을 위한 졸속 절차”라는 판단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단순한 투자수익 확보 목적을 넘어, 지배구조의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해야 장기적 기업가치가 살아난다는 기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