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경영학회 주최 ‘상법개정과 기업의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 한국 자본시장의 지배구조 개편 논쟁이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이미 30년 이상 축적된 학계의 명확한 연구성과에 기반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세계 금융·경영학계의 대표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주주권 보호가 강화된 국가일수록 △주가 상승 △자본 조달 비용 감소 △투자 효율성(적정 투자) 개선 △경제 성장률 증가 등 긍정적 효과가 수십 편의 연구에서 일관되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LLSV(라포터·로페즈드실라·샤이퍼·비슈니)의 고전 연구를 비롯해, OECD·월드뱅크 지표도 “마이너리티 인베스터 보호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핵심 요소”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배구조가 좋으면 경영이 더 과감해진다”는 통념과 달리, 미국 실증 연구에서는 경영권 방어장치가 과도하면 오히려 경영진이 위험 회피적·보수적으로 변한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2003년 유명 연구인 “Enjoying the Quiet Life(조용한 삶을 즐기는 경영진)”이 대표적이다. 적대적 인수 압력이 약해지면 경영진이 “투자도 줄이고, 구조조정도 미루고, 제 역할을 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최근 적대적 M&A 방어가 정치적으로 논의되는 것에 대해 “적대적 M&A 시장 자체가 작고, 실제로는 소송 비용·기간 부담 때문에 많은 인수자가 한국 진입을 꺼려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M&A 시장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방어 장치 부족이 아니라, 거래 성사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특수 문제로 ‘시차 임기제(스태거드 보드)’가 없다는 점을 꼽으며, 이 때문에 적대적 인수 가능성이 지나치게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가 3년 임기라 한 번에 절반 이상을 교체할 수 없는 미국·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단번에 이사회를 장악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적대적 M&A 자체가 거의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집중투표제·3%룰 등 새 제도에 대해 “이사회에 독립적 구성원이 1~2명만 들어가도 내부 견제 기능이 급격히 강화된다”며 충분한 실효성을 인정했다. 실제 사례로 SM엔터테인먼트 분쟁에서 얼라인파트너스가 3%룰을 통해 감사위원을 확보해 내부 거래 차단에 성공했고, 이는 결국 주가의 구조적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좋은 지배구조는 소액주주 보호를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OECD·월드뱅크·하버드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라며, 한국의 지배구조 개편 논쟁은 국제 학계의 축적된 연구 기반 위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이미 달라져 있다. 주주권 강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 자본시장이 도약하려면 단기적 정치 논쟁이 아니라, 지난 30년간 학계가 축적해 온 ‘주주권 보호 → 자본시장 성장’ 공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주주권 강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이라고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