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 이미 자사주 취득·소각 활발, 제도는 균형 필요”

정석호 한국의결권자문 대표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자기주식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국회가 추진 중인 ‘자사주 의무소각’ 중심의 개정 방향은 시장 현실과 기업 재무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각 강제보다는 유럽식 보유 한도 규제처럼 현실적 타협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27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등 주최로 의원회관에서 ‘3차 상법개정 토론회-자기주식 소각 강제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정 대표는 먼저 “자사주 취득·소각은 이미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정착된 트렌드이며, 올해만 해도 취득 19조원, 소각 18조원 규모”라며 “시장 스스로 과도한 자사주 보유 문제를 해소하는 중인데, 개정 법안은 이를 지나치게 앞질러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는 시장의 흐름 위에서 작동해야지 시장을 억지로 끌고 가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 “투명성은 이미 강화…소각 중심 처벌적 접근은 과도”
정 대표는 금융위원회가 올해 단행한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 강화’ 조치를 언급하며 “1% 이상 보유 시 의무 공시, 연 2회 정기 공시, 이행 내역 공시 등 투명성 장치는 이미 시스템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취득·보유·처분 과정의 투명성이 크게 개선된 마당에, ‘소각 의무화’라는 단일한 해법만을 강제하는 것은 제도의 균형을 잃는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발의된 일부 개정안이 자기주식의 ‘본질론’(자산설 vs. 미발행주식설)에 기반해 규제를 설계하는 데 대해 “학설 논쟁을 입법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교환사채 발행 금지, 질권 설정 제한 등은 특정 학설을 법제화한 결과”라며 “현장의 필요와 정책 목적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식 완전 자율보다, EU·독일식 ‘10% 한도 규제’ 타협점 될 것”
정 대표는 현행 제도를 전면 강제하거나 미국식 완전자율로 가는 양극단이 아닌, 유럽(EU)·독일 회사법이 채택한 ‘발행주식총수의 10% 한도 규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 대표는 “10% 한도 내에서는 자사주가 금고주(treasury stock)로 충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고, 그 이상의 과도한 보유만 제도적으로 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주요 기업 상당수가 자사주를 10% 미만 보유하고 있으나, 금융지주·지주회사 등 일부는 이미 10%를 넘어선 상태다. 그는 “이들 기업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일률 소각을 강제하면 시장 혼란과 재무 구조 왜곡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 “경영권 방어 수단 필요…폭넓은 논의 뒤 제도 설계해야”
정 대표는 자기주식이 경영권 방어의 현실적 수단으로 사용돼온 점을 인정하며, “한국은 포이즌필·차등의결권·황금낙하산 등 글로벌 방어장치가 부재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부재한 상태에서 자사주를 소멸시키는 것은 ‘방패 없이 칼을 들고 싸우라’는 것과 같다”며 유럽식 방어 기준과 판례를 참고한 ‘정당한 방어행위 기준’ 도입, 자기주식 취득이 긴급·필요한 상황(분쟁·적대적 M&A 등)에 대한 명확한 예외 규정 마련,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등 방어 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 병행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 대표는 “좋은 M&A인지 나쁜 M&A인지, 우호적 제안인지 적대적 인수인지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사회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적 수단을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각 강제보다 ‘기능과 목적’ 중심의 제도 개선 필요”
정석호 대표는 “자사주 제도는 경영 전략·재무 정책·지배구조가 얽힌 복합 영역이므로 단일 잣대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며 “현실적인 균형점, 특히 유럽식 제도처럼 ‘합리적 보유 한도’ 중심으로 법안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사주 취득·소각은 이미 시장에서 확대되고 있고, 투명성 제도도 완비돼 있습니다. 남은 과제는 ‘지나친 강제’가 아니라 ‘시장 기능과 기업 필요를 조화시키는 제도 설계’”라며 “소각만을 정답으로 삼는 접근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