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축협 사태서도 드러난 정몽규의 ‘고려대’ 사랑

정몽규 회장 [사진=HDC]

고려대 인맥이 장악한 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사퇴 여론에 맞서 협회장 4선에 도전하고 있다. 논란 중 하나인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개입 의혹에는 고려대 학연이 등장한다.

홍 감독을 추천한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도 고려대 출신이며, 협회 주요 인사에도 고려대 출신들이 기용됐다.

정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80학번 출신이다. 정 회장의 아버지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도 고려대 정치학과 출신이다. 정 명예회장은 자서전에서 고려대 시험을 준비하던 당시 맏형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일화를 설명한다.

고려대 안암 캠퍼스 본관 [사진=최민정]

정몽규 부자의 대 이은 고려대 사랑

정주영 회장이 “고려대 입시 결과를 기다린다”는 동생의 말에 “나도 고대를 나왔는데 네가 못하겠느냐”고 정세영 회장을 격려했다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이 초등학교만 졸업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주영 회장이 서울에 올라와 막노동을 할 때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공사 현장에서 일을 했던 것을 두고 한 농담이다.

정몽규 회장은 아버지와 대를 이어 고려대 동문으로서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과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 회장의 고려대 아이덴티티가 문제가 된 것은 축구판 뿐만이 아니다.

2023년 12월 18일 열린 고려대학교 축구부 창단 100주년 기념식. 왼쪽부터 홍명보 감독, 정몽원 HL그룹 회장, 이종환 전 대한축구협회장, 김동원 고려대 총장, 정몽규 회장 [사진=고려대]

HDC 최대 사업엔 고려대와 협력

광운대역 역세권 개발 사업은 노원구 월계동 85-7 일대 14만 8166㎡(약 4만 5000평) 부지를 탈바꿈하는 HDC그룹의 역점 사업이다. 옛 철도 물류 시설에 지하 5층 지상 15층짜리 주상복합 시설이 들어선다.

이 사업을 따낸 HDC는 바로 옆에 있는 광운대 대신 고려대와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 5월 HDC현대산업개발은 고려대와 지역사회 평생 교육 및 청년 커리어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그 내용을 보면 광운대역 역세권 3000세대 규모의 입주고객을 대상으로 세대별 맞춤 교육 및 융합 교류 프로그램을 고려대가 개발한다는 것이다. 공공기여 시설 내 청년 공공 기숙사 및 커리어 센터와 오피스 시설에 도입 예정인 공유 오피스에 대해 효율적인 인프라 구축과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에 관해 집중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고려대 재학생들에게 다양한 현장실습 기회 제공을 통하여 청년 인재 양성에도 협력할 계획이다.

이런 사업에 사랑하는 모교 고려대를 참여시키는 결정에 정몽규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광운대역 역세권 개발 사업은 노원구 월계동 85-7 일대 14만 8166㎡(약 4만 5000평) 부지를 탈바꿈하는 HDC그룹의 역점 사업이다. [자료=서울시]

계열사 이사회 곳곳에도 고려대

HDC그룹 내 주요 인사들도 고려대 인맥들이 장악하고 있다. 정 회장의 선호도가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HDC그룹 4개 상장 계열사 이사회를 살펴보자. 지주회사 HDC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올해 선임된 정진택 HDC 사외이사는 고려대 학부와 석사를 거쳐 고려대 교수와 총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HDC현대EP는 심준용 사외이사가 고려대 출신이다. 전임 김재식 HDC현대EP 사외이사에 이어 올해 선임된 이사도 동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김동수 사외이사가 고려대 출신이다. HDC랩스는 김정현 고려대 교수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고려대 사랑으로 똘똘 뭉친 선후배가 정몽규 회장의 기업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고 쓴 소리를 할 수 있을까. HDC의,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현주소를 여기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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