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변호사 “소송·증거개시·집단소송 없는 한국, 미국식 충실의무 작동 불가능… 100% 의무공개매수 즉시 도입해야”
“미국은 소송·증거개시로 충실의무 통제… 한국은 아무것도 없어 ‘이빨 빠진 호랑이’”
“미국은 지배권 프리미엄과 터널링을 명확히 구분한다”
“미국식 소송제도를 다 도입하든지, 아니면 지금 당장 의무공개매수를 도입해야 한다”

김규식 변호사는 한국 M&A 시장에서 반복되는 지배권 프리미엄 왜곡을 롯데렌탈·아주렌터카·SK렌터카 사례로 설명하며 “한국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장 구조”라고 지적했다. OECD 대부분 국가가 채택한 100%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한국과 미국에만 없지만, 미국은 증거개시·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소송펀드 등 강력한 사법 장치로 주주권을 보호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지배주주가 사적으로 프리미엄을 챙기는 형태의 거래가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이 네 가지가 모두 부재해 충실의무가 사실상 작동하지 못하며, 지배권 프리미엄이 터널링—즉, 지배주주의 사익편취—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델라웨어 판례는 ‘지배권 프리미엄’과 ‘터널링’을 명확히 구분한다. 지배권 프리미엄은 허용되지만, 이해충돌이 존재하거나 인수자를 가로채는 인터셉트(intercept)와 같은 행위는 명백한 금지 대상이다. 실제로 파라마운트 인수 과정에서 지배주주 레드스톤 가문은 60달러에 지분을 팔고 일반 주주는 15~23달러의 공개매수 제안을 받자 즉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사록, 투자은행 밸류에이션 모델, 이메일, 문자 메시지까지 모두 공개되는 전면적 증거개시(discovery)가 당연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감시 구조 덕분에 지배주주가 주주 전체를 배제한 채 ‘자기 지분만’ 비싸게 파는 구조가 사실상 자리 잡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잠재적 인수 후보를 배제하는 인터셉트, 지배권 이전 직전 영업이익 급증, 호황 국면 프리미엄 부풀리기 등 구조적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 한샘, 일지머티리얼즈, 더존비즈온 등에서 지배권 거래 직전 영업이익이 60~70%씩 급증한 뒤 높은 프리미엄이 붙는 구조가 반복되어 왔다. 김 변호사는 이를 “한국에서는 증거개시가 없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영원히 알 수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아주렌터카–SK렌터카–롯데렌탈을 거쳐온 렌터카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이다. 2018년 AJ네트웍스는 아주렌터카 지분을 1만6000원 주가 대비 3만2000원(100% 프리미엄)에 매각했지만, 주가는 이후 곧바로 폭락했다. SK네트웍스는 2020년 자사 렌터카 사업을 1만2000원 가치로 현물출자해 합병하며 헐값으로 지분을 늘렸고, 이후 영업이익은 2020~2023년 동안 100% 폭증했다. 그러나 공개매수는 1만2000~1만4500원 수준에서 진행됐다. 기업 가치 상승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가격이었다. 결국 일반주주는 모두 저가에 퇴출됐고, 회사는 2024년 상장폐지 후 석 달 만에 8200억 가치로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재매각됐다. 지배주주는 86% 프리미엄을 챙겼지만, 일반주주는 성장 과실을 단 한 번도 누리지 못한 전형적 터널링 구조였다.
김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잠재적 인수 후보가 있었는지, 이사회가 누구와 정보를 교환했는지, 지배주주가 어떤 사적 이해로 움직였는지 한국에서는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이메일, 의사록, 내부 보고서, 밸류에이션 모델 등 아무것도 강제 제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지배권 프리미엄은 주주 전체의 몫이 아니라 지배주주 사익편취의 통로로 기능한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김 변호사는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첫째는 미국처럼 증거개시·집단소송·징벌적 손배·소송펀드를 모두 도입하는 것, 둘째는 지금 즉시 100%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는 “미국식 소송제도를 모두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으므로, 이미 여러 건 발의된 의무공개매수 법안을 이번 정부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모든 주주가 공정하게 보상받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