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불공정거래 근절·좀비기업 퇴출 속도전
■ “주주가 성과를 공정하게 가져가야”…지배구조 개혁·자사주 투명성 강화
■ “성장기업은 배당보다 미래 계획 제시가 중요”…기업가치 공시의 실질화 주문
■ “모험자본 생태계 확충”…BDC·STO·IMA 등 신시장 기반 확대
■ “세제는 가장 어려운 영역…장기보유 인센티브 확대 검토”
■ “끈질기게, 집요하게 해야 성과 난다…제도정착 끝까지 밀겠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파생상품학회가 21일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위한 정책과제를 논의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금 한국 증시가 레벨업하는 단계 아니냐고 묻는 일이 크게 늘었다”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기 호황이 아니라 체질 개선을 통한 지속 가능한 자본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자본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신뢰 회복, 주주 공정성 강화, 모험자본 생태계 확충이라는 세 가지 흐름으로 설명했다.
고 과장은 먼저 “투자는 결국 믿음의 문제”라며 지난 7월 이후 금융위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 불공정거래 근절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금감원·거래소·검찰이 함께하는 합동대응반을 SEC 수준으로 만든 뒤 강도 높은 제재가 이어지고 있고, 1호 과징금 부과 사례와 환수 절차까지 신속히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상장유지 요건 강화로 이른바 좀비기업을 신속히 퇴출시키는 제도 개편도 실시했다며, “부실 기업을 시장에 방치하지 않는 것이 신뢰 회복의 중요한 기초”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그는 “기업이 성장하면 그 성과를 일반 주주도 공정하게 누려야 한다”며 지배구조 전반의 개혁을 핵심 과제로 언급했다. 상법 1·2차 개정과 함께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자사주 ‘원칙적 소각’ 제도화가 대표적 예다. 금융위는 법 개정과 별도로 시행령만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이미 손봤다.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시하게 하고, 계획과 실제가 다를 경우 사유 설명을 의무화한 것이다. 그는 “9월 기준 자사주 소각 규모는 이미 전년과 재작년을 넘어섰다”며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분명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물적분할 시 기존 주주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문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 주주에게도 동일하게 인정하는 의무 공개매수제 논의 등도 소개하며 “한국은 아직 주주자본주의가 정착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주 가치 중심 경영을 확산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가치 제고 공시(Value-Up 공시)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성숙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으로 가치를 높인다면, 성장 기업은 성장 로드맵을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바이오 기업을 예로 들어 임상 단계 계획과 실적을 지속적으로 시장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소통이 결국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존중 문화를 만드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로 고 과장은 모험자본 생태계 확충을 ‘다음 단계’라고 규정했다.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 국회 논의 중인 STO(토큰증권) 제도화, 대형 증권사 IMA 도입 등은 모두 새로운 자본시장 수요를 창출하는 장치로 소개됐다. 특히 STO가 본격화되면 그동안 자본시장 접근이 어려웠던 소상공인과 비정형 사업자도 투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IMA의 경우 원금 보장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증권사에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함께 부과해 성장 자본 공급을 넓히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세제 문제는 “가장 어려운 영역”이라고 운을 뗐다. 배당세제 개편과 장기보유 주식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이 논의되고 있고, 대통령이 언급한 ISA 확대도 “자본시장에 오래 머무는 데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구조를 감안하면, 결국 배당 중심으로 세제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고 과장은 “자본시장 개혁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기 어렵지만 끈질기고 집요하게 해야 바뀐다”며 “신뢰·공정·모험자본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K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정부와 기업의 후속 조치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