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려면 국민연금부터 달라져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기금 거버넌스 개선 무엇을 해야하는가’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구조가 너무 느리고 복잡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실질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낸 이상훈 변호사는 18일 좌담회에서 “현 정부가 주주활동 강화와 코스피 5000 시대를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지금의 국민연금 지배구조로는 이를 실행하기 어렵다”며 전면적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테인먼트 사례를 먼저 언급했다. 그는 “얼라인은 고작 0.9% 지분으로도 수년간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해 이수만 전 대표의 사익거래 구조를 해소했다”며 “반면 국민연금은 262개 기업에서 5% 이상, 대부분 상장사에서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어떤 적극적 역할을 했는지 묻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GPIF의 역할을 거론하며 “일본 증시 반등은 배당 확대 때문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과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활동이 핵심이었다. 자연히 우리 국민연금에도 같은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변호사 [사진=안수호]

그러나 현실의 국민연금 체계는 이런 기대를 받쳐주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의사결정기구인 수탁자책임위원회와 집행 부서인 수탁자책임실이 “물리적으로, 조직적으로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관여 활동은 신속성이 생명인데, 국민연금은 회의 안건 상정에 몇 주, 결정에 몇 달이 걸리는 구조여서 사실상 효과적인 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은 로펌에만 수억 원 시간당 수임료가 들어갈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간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속도가 전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원회 중심 구조의 한계도 짚었다.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데 유리한 구조지만, 시점이 지나면 의미가 사라지는 주주활동에는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LS그룹 해외 계열사 분할·상장 논란 같은 건 이미 다 끝난 뒤에야 안건이 올라오는 일이 벌어진다”며 제도적 대응 속도가 시장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념적 프레임도 문제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주주권 행사만 하면 ‘좌파 기업 때리기’라는 왜곡이 붙는다. 보수 경제지의 공격도 심해 공공기관 내부는 더더욱 조심스러워진다”며 이런 환경에서 위원회 중심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수탁자책임 활동을 법적 의무로 규정해 ‘왜 하느냐’는 논쟁을 끝내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처럼 임의 규정이어서 위원 몇 명의 반대로도 활동이 지연되는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두 번째로는 수탁자책임을 담당하는 상근 전담위원을 최소 1명 이상 두어 기업별 이슈의 흐름과 스토리라인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처럼 3명의 상임위원이 돌아가며 맡는 방식으로는 전문성·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의사결정과 집행 기능을 통합하거나 집행 조직에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위원회는 느리고, 집행조직은 권한이 없다. 빠른 의사결정권을 수탁자책임실에 부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신뢰가 훼손된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기관투자자 간 연대활동 강화, 대표소송의 적극적 활용, 안건 승인 절차의 대폭 축소 등도 추가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유니버셜 오너(universal owner)’ 성격을 강조하며 “국민연금은 한국 기업 전반에 투자해 특정 기업을 팔고 나가는 선택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산재·노동 문제·지배구조 실패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체계적 위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홈플러스 사례를 예로 들어 “LBO 구조에서 과도한 자금 회수가 고용불안이라는 사회적 위험을 키우고, 이는 다시 시장 전반의 불안정으로 확산된다”며 국민연금이 이런 위험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산업재해 이슈가 여러 차례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주가와 인과관계 입증’이라는 명목으로 매번 기각됐던 점을 언급하며, “체계적 위험을 외면하면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어떤 주주활동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발언을 마무리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국민연금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국민연금이 전체 시장의 안정성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주주권 전략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처럼 느리고 분절된 구조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 제도적으로 주주권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민연금은 시장 전체의 리스크를 떠안는 유니버셜 오너이기에 ESG·산재·지배구조 문제에 소극적일 수 없다”며 “정치적 프레임에 휘둘리지 말고 실질적 리스크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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