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민간 금융회사가 아니다…정치적 책임성과 안정성이 핵심” [현장+]

정세은 충남대 교수 “수익률 중심 개편은 위험한 착시…‘코스피 5000’ 식 기대가 연금 왜곡”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기금 거버넌스 개선 무엇을 해야하는가’ 좌담회가 열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지배구조 논의가 수익률·독립성 중심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민간 보험사도, 수익률 경쟁 기관도 아니다”라며 “정치적 책임성과 안정성을 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18일 좌담회에서 “독립성과 전문성은 누구나 말하지만, 그 정의조차 합의되지 않은 채 논의가 단선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현재 기금 지배구조가 불완전하더라도 “장기간의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구조이며, 그것이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과도한 일반화”라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신설된 기금운용 실무평가위원회 등 전문성 보완 장치를 언급하며 “우리 제도 역시 꾸준히 개선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진짜 문제를 꼽자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드러난 정치적 개입”이라고 짚었다. 그는 “그 사건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정치적 독립성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최근 정부·여권 일각에서 제시되는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 논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이야기하며 국민연금을 마치 민간 금융기관처럼 수익률 경쟁으로 내모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연금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다.”

그는 국민연금의 최우선 원칙으로 정치적 책임성(political accountability)과 안정성(stability)을 제시했다. “독립성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정치적 책임성이라는 상위 원칙 안에서 유지돼야 한다.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안정성이라는 바운더리를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초대형 기금 규모를 언급하며 “캐나다 CPP를 벤치마킹하자는 주장은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은 교수 [사진=안수호]


“CPP는 국민연금의 15분의 1 수준이다. 변동성이 극심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국민연금 규모의 기금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어느 순간 폭락이 와도 이상하지 않다.”

정 교수는 국민연금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사례를 들며 “이는 가입자 대표들이 안정성을 중시하는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언론과 정부가 ‘수익률’만 강조하는 것은 “왜곡된 여론 조성”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을 증시 부양 도구로 활용하려는 유인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0대 5천’ 기대감 속에서 관료들이 국민연금 기금을 주가 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 이런 시도가 오히려 지배구조의 진짜 위협이다.”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동시 은퇴와 거대한 금융자산 청산이 초래할 시장 충격을 경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은퇴자산이 축적됐지만 이를 받아줄 주체가 없다. AI 혁명에 기대어 자산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은 위험한 도박이다. 국민연금은 그 리스크 한가운데 서 있다.”

그는 “연금개혁 논의는 수익률 경쟁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성·안정성이라는 본질적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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