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혁신이 코스피 5000 시대 여는 핵심 조건” [현장+]

선진시장 사례 바탕으로 한국형 지배구조 모델 필요성 제기
재벌 중심 소유구조의 장점·한계 동시에 진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해 “파이 키우기·나누기” 병행 강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지금이 전환점”
CEO 승계 투명성·연성규범 강화·사적 집행 전환 등 6대 과제 제안

허제헌 파트너

허재헌 PwC 코리아 거버넌스 센터 파트너가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한국형 지배구조 모델’로의 전환을 주문했다. 13일 열린 SBS D포럼에서 그는 미국·유럽 선진시장 사례와 한국 대기업의 특수성을 비교하며 “창업자 중심의 장기 성장과 일반 주주 보호를 조화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이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파트너는 최근 서울대·성신여대·법무법인 광장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공동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년간 한국 경제는 금융위기와 팬데믹을 제외하면 꾸준히 성장했지만 기업지배구조 평가는 여전히 아시아권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발표한 최신 순위에서 한국은 평가 대상국 중 10위에 그쳤고, 2014년에는 최하위였던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과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지속되기 어렵다”며 “기업가치·주주가치를 함께 높이는 지배구조가 필수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발표에서 허 파트너는 한국 기업의 소유구조를 ‘재벌 중심 소유집중 기업’과 ‘소유분산 기업’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재벌 구조는 성장 초기 전문경영인 부족 상황에서 창업주의 리더십과 과감한 투자 판단이 큰 역할을 했으나, 대우그룹 사례처럼 견제 장치가 없을 경우 기업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IMF 이후 민영화된 공기업을 중심으로 소유분산 기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상속 과정에서 지분이 점차 분산되면서 한국의 지배구조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지배구조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변화하기 시작했음을 상기시켰다. 사회이사제 의무화,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건 이후 회계·감사 기능 강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올해 이사회 충실의무 확대 등 제도적 변화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허 파트너는 “기업 지배구조는 기업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원칙과 체계이며, 경영진·이사회·주주·이해관계자의 권한 배분으로 구성된다”고 짚었다.

그는 기업지배구조의 목표를 “파이를 키우는 것과 파이를 나누는 것” 두 가지라고 정리하며, “두 목표는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일반 주주·채권자를 소홀히 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기업 성장 기회도 감소한다는 점을 든 이유다. 한국 기업들이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을 겪는 것도 이 같은 지배구조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증가와 행동주의 캠페인 확산도 이러한 저평가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허 파트너는 해외 사례로 버크셔 해서웨이, TSMC,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등을 언급하며 한국 기업이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버크셔의 투명한 승계 설계, TSMC의 내부 경영자 경쟁 선발 방식, 발렌베리 가문의 장기적 CEO 선임 관리 경험을 소개하며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를 강화하되, 지배주주 가문 역시 감시자·가치 수호자로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풀어야 할 여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지배주주의 역할을 ‘직접 경영자’에서 ‘장기 가치 수호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규제 중심의 강성규범에서 벗어나 자율 개선을 유도하는 연성규범과 가이드라인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CEO 승계 계획을 제도화하고 전문성·투명성에 기반한 절차를 공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넷째, 확산되는 소유분산 기업을 위한 별도 거버넌스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섯째, 자사주 강제소각 도입 등 새로운 환경에서 국가 기술 보호·안보 관점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섯째, 현재의 형사 중심 제재 방식에서 벗어나 손해배상 중심의 사적 집행을 활성화해 일반 주주의 실질적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파트너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지배구조 혁신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스피 5000 시대를 여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허제헌 파트너는 삼일회계법인에서 24년 이상 근무한 재무 전문가로서, 국내 대기업, 중견기업, PEF 등을 대상으로 M&A, 가치평가, 재무 실사 등의 다양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특히 기업의 분할, 합병, 지주회사,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기업 지배구조 및 Structuring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 지식과 풍부한 업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대표적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 삼일회계법인 Deal 부문 파트너와 Samil PwC 기업 지배구조 센터 리더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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