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회피 논란 속 ‘오너 중심 지배구조’ 도마에


DB하이텍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때마다 DB그룹의 지주사 전환 압박이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년 연속 지주사 전환 통보를 내렸음에도, DB그룹은 주가 변동과 자산 조정으로 법적 요건을 매년 비껴가고 있다. 시장에선 “지속적인 회피 전략이 기업 투명성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지주사 요건에 근접…DB하이텍 주가가 ‘스위치’ 역할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 요건은 △자산총계 5000억원 초과 △자회사 주식가액이 전체 자산의 50% 이상일 때다. DB그룹은 자산총계 8111억원(2024년 말 기준), 보유 중인 DB하이텍 지분 18.63%의 평가액이 약 3408억원으로 자산의 42.02% 수준이다. DB하이텍 주가가 5만4919원을 넘어서면 지분 가치가 전체 자산의 절반을 초과하게 돼 지주사 전환 조건을 충족한다.
결국 DB하이텍의 주가가 오를수록 모회사 DB의 지주사 전환 압박도 커지는 구조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법적 요건에서 벗어날 수 있어, DB그룹의 행보는 매년 하이텍 주가와 밀접하게 연동된다.
◆ 매년 반복되는 ‘요건 회피’…주가 조정·합병으로 대응
DB그룹은 2021년 이후 매년 5월 공정위로부터 지주사 전환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주가 하락이나 사업구조 변경으로 요건을 회피해왔다.
2022년에는 DB하이텍의 팹리스(비메모리 설계)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면서 주가를 조정했고, 올해는 자회사 DB메탈을 흡수합병해 자산총계를 늘리는 방식으로 비율을 낮췄다는 평가다.
이 같은 반복된 조치로 인해 DB그룹은 시장에서 “지주사 전환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주가 조정 의혹까지 제기된다. 공정위는 지주사 전환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기업의 반복적 회피 행위가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DB그룹 측은 “지주사 전환 통보를 받아도 2년의 유예기간이 있어, 현재로서는 별도 조치가 없다”며 “지배구조 개편은 장기적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 오너 중심 지배구조가 걸림돌…지배력 약화 우려
DB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너일가의 지배력 약화 우려다. 현재 DB는 김준기 창업회장과 장남 김남호 회장, 장녀 김주원 부회장 등 오너 3인이 총 43.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DB하이텍·DB글로벌칩·DB메탈 등 주요 계열사가 모두 DB 산하에 연결된 형태로, 사실상 ‘오너 중심 피라미드 지배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공정거래법상 의무보유비율, 신규 투자제한, 내부거래 규제 등 다양한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현재의 구조가 오너일가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장 자회사 지분율을 30% 이상 확보해야 하는 규제는 막대한 자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DB의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은 2023년 1901억원에서 2024년 712억원으로 62.5%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추가 지분 매입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주사 전환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 비상장 지주사 리스크와 ‘지배력 고착화’ 논란
만약 DB가 지주사로 전환하더라도, 상장 자회사인 DB하이텍과 비상장 지주사 구조가 병존하게 된다. 이는 오너일가 중심의 비상장 지주사가 그룹 전반을 지배하는 구조로 이어져 ‘지배력 고착화’ 논란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자본시장에서는 “지주사 전환 이후 오너일가의 영향력은 줄지 않고, 오히려 사익 편취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이 단순한 법적 요건 충족 문제가 아니라, 그룹의 투명성과 시장 신뢰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며 “DB그룹이 매년 회피 전략으로 일관한다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