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집중투표제 의무화, ‘지배구조 혁신’의 기로에 서다…윤승영 교수 “실효성 확보가 관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4일 오후 1시 40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한국경영법률학회와 공동으로 ‘회사법과 보험법상 소송실무 쟁점’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안수호]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분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2명 이상의 이사를 한 번에 선임하려는 경우, 대주주가 소유한 주식 수에 비례해 이사가 선임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소액 주주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을 높여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대주주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날 윤승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기업지배구조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단순한 제도 도입이 아니라 주주 참여 구조와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을 함께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의결권 컨설팅을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상법 개정이 현장에 미칠 영향과 한계를 구체적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분석으로 제시했다.


◆ “OECD 회원국 중 의무화는 4%…한국의 도입, 구조적 특수성 반영”

윤 교수는 OECD의 Corporate Governance Factbook 2025 자료를 인용하며 “OECD 국가 중 집중투표제를 법으로 의무화한 나라는 중국·사우디아라비아 등 4%에 불과하다”며 “대부분 국가는 자율적 제도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이를 의무화한 것은 집중투표제를 회피하거나 배제하는 상장사가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라며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보다는 제도적 균형 회복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하는 약 860개 상장사 중, 집중투표제를 실제로 도입한 곳은 26곳(3%)에 불과하다. 코스피200 기업으로 한정하면 22곳, 약 15% 수준이다. 윤 교수는 “의무화 이전에도 제도의 자율적 도입 비율이 너무 낮아, 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 “현대엘리베이터 사건, 집중투표 회피의 전형적 사례”

윤 교수는 최근 행동주의 펀드 KCGI와의 분쟁을 겪은 현대엘리베이터 사건을 집중투표제 회피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주주총회 안건 통지 시점(2주 전)과 주주제안 제출 기한(6주 전) 사이의 4주 격차를 활용해 회사 측이 정관을 변경하고, 감사위원 임기를 조정함으로써 집중투표제를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시차는 상법상 제도 설계의 허점으로, 주주 제안권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요인”이라며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실효를 가지려면 주총 통지 기간을 최소 3~4주로 확대하거나 주주제안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제도보다 실행…주주참여 활성화가 핵심”

윤 교수는 집중투표제의 실질적 효과가 “지분 구조의 현실적 다양성”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대기업의 경우 기관투자자보다 소액주주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총 참여율이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한다”며 “단순히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보다, 주총 참여율을 높이고 의결권 행사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 수행한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윤 교수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의 2025년 공시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소액주주 지분율이 60% 이상으로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반면 현대차·기아차는 최대주주 지분이 높아 제도 개정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상법 개정의 효과는 기업별 지분 구조에 따라 달라지며, 집중투표제가 이사회 다양성이나 소수주주권 보호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이다.

윤승영 교수

◆ “주총 통지일 개정·투명성 확보가 지배구조 개선의 출발점”

윤 교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제도 설계보다 절차 개선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주총 통지가 2주 전으로 제한돼 있는데, 이를 3~4주 전으로 앞당기고, 주주제안 기간을 줄여야 회사 측이 제도를 회피하지 못한다”며 “주총 일정의 최소 기간 확보와 주주제안 공시 의무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방침 공개, 행동주의 펀드와의 사전 협의 절차 투명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제도의 방향은 맞지만…참여가 없으면 공허하다”

윤 교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분명 한국 지배구조의 ‘개방화’를 향한 이정표”라며 “그러나 실질적 개선은 주주 참여 확대와 절차적 투명성 강화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주총 참여율이 낮고, 소액주주 의결권이 분산된 현실에서 제도만 바뀐다고 지배구조가 달라지진 않는다”며 “결국 투자자 행동 변화와 법적 인프라 개선이 병행돼야 제도의 목적이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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