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4일 오후 1시 40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한국경영법률학회와 공동으로 ‘회사법과 보험법상 소송실무 쟁점’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법무법인 지평의 배기완 변호사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이후의 실무 쟁점을 분석하며 “이번 상법 개정은 법리 논쟁보다 실제 경영권 분쟁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권 분쟁 사건을 다수 수행한 변호사로서, 집중투표제의 청구 요건, 이사 수 결정 절차, 감사위원 분리선출과의 충돌 문제 등 구체적 판례 가능성을 짚었다.
◆ “이론보다 실무…집중투표제, 실제 쟁점화된 사례는 드물어”
배 변호사는 “실무를 하다 보면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소송이 많지만, 집중투표제가 직접 쟁점이 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은 정관에 도입 여부를 두고 논의하거나, 주주제안이 들어왔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의 문제였다”며 “청구 요건이 잘못됐다거나 절차가 위법하다고 다투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비상장회사나 중견기업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집중투표제 청구요건, 주주총회 시점까지의 지분 유지 여부, 주주제안의 효력 등은 향후 분쟁에서 본격적인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청구 시점 기준으로 판단 가능성 높다…법원은 주주권 보호로 해석할 것”
배 변호사는 본인이 직접 수행한 소송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주주제안을 낸 주주 중 한 명이 중간에 빠지면서 청구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사건에서, 법원은 ‘청구 시점’을 기준으로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했다”며 “이는 주주총회까지 지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보다 주주권 보호를 중시한 해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장사는 공시 의무가 엄격해 자의적 거부가 어렵지만, 비상장사는 주주제안이나 집중투표 청구요건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이 더 크다”며 “결국 법원이 청구 시점을 기준으로 요건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사 수 결정, 전략적 분쟁 가능성…선행안건으로 처리 허용될 듯”
이사 선임과 관련된 구체적 실무 경험도 공유했다. 배 변호사는 “한 사건에서는 회사 측이 ‘4명을 선임하자’는 안건을 먼저 올리고 통과시킨 뒤, 주주 측의 ‘5명 선임안’을 무력화한 적이 있다”며 “당시 분쟁은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인천지법 결정례를 보면 이사 수를 정하는 안건을 선행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전자투표 도입으로 복잡성이 커질 수 있지만, 전략적으로 이사 수를 줄이거나 늘리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사 수 조정이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향후 법원의 명확한 룰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감사위원 분리선출·3% 룰과의 충돌, ‘이중 규율’ 가능성 커”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와 집중투표제의 관계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배 변호사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이 확대되면서, 집중투표제와 3% 룰을 동시에 적용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며 “원칙적으로는 두 제도를 함께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중 규율로 인해 소수주주권이 오히려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리선임 확대는 감사위원회가 3인 이상으로 늘어난 대기업에서 지배주주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집중투표와 결합하면 복잡성이 높아진다”며 “대형 상장사보다 오히려 중견·비상장 기업에서 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개정 상법, 법원의 역할이 결정적…주주결집 플랫폼이 새 변수”
배 변호사는 “상법 개정 이후 가장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어디까지 소수주주권을 인정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언론 보도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주주권 행사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액트(Act)’ 등 주주결집 플랫폼을 통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실무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의결권 제한, 주주 제안 무효 여부, 집중투표 절차 하자 등 새로운 유형의 소송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원이 주주권 보호와 기업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했다.
◆ “현장의 룰을 법원이 만들어야 한다”
그는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제도적으로 완비된 것 같지만, 실무에서는 여전히 룰이 정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청구 요건, 이사 수 결정, 감사위원 분리선임, 3% 룰 등은 모두 기업별로 다른 구조를 갖고 있어 일률적 해석이 어렵다”며 “결국 법원이 실무 현실을 반영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제도의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