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완 연세대 교수 “집중투표제는 협치의 제도, 승자독식 구조에 균열 낼 것”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4일 오후 1시 40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한국경영법률학회와 공동으로 ‘회사법과 보험법상 소송실무 쟁점’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안수호]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분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2명 이상의 이사를 한 번에 선임하려는 경우, 대주주가 소유한 주식 수에 비례해 이사가 선임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소액 주주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을 높여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대주주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4일 오후 1시 40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한국경영법률학회와 공동으로 ‘회사법과 보험법상 소송실무 쟁점’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손창완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 문제는 지배주주가 회사를 ‘자신의 일부’로 여기는 문화적 인식”이라며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는 그 분리를 제도적으로 실현하려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배주주와 회사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 같지만, 자식이 상장과 동시에 독립했다면 간섭을 멈춰야 한다”며 “이번 상법 개정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한국 기업문화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발언하는 손창완 교수 [사진=지구인사이드DB]

◆ “지배주주의 ‘분리불안’이 지배구조 왜곡의 뿌리”

손 교수는 지배주주를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에 비유했다. 손 교수는 “지배주주는 회사를 일군 창업자이자 오너로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상장과 동시에 회사는 독립된 인격체가 된다. 그러나 여전히 회사의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자원을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관행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가 상장을 통해 ‘사회적 결혼’을 한 순간, 주주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회사’, ‘내 회사’라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한국 지배구조의 근본적 문제”라고 했다.


◆ “집중투표제, 협치의 원리…이사회 내 다양성 확보 수단”

손 교수는 이번 상법 개정의 핵심인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협치(co-governance)의 제도적 구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단순투표제가 ‘승자독식 구조’라면, 집중투표제는 이사회를 협치의 공간으로 만드는 제도”라며 “지배주주가 아닌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 내에 다른 견해를 가진 구성원이 들어온다는 건 단순한 권력분산이 아니라,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지키는 장치”라며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거나,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집중투표제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손 교수는 “이견이 건강한 견제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갈등과 경영마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제도의 성패는 ‘운용의 룰’을 어떻게 정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 “임시총회 통한 집중투표 회피, 입법 보완 필요”

손 교수는 특히 임시주주총회를 이용한 집중투표 회피 시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정기 주총 대신 이사를 사임시킨 뒤 임시총회를 열어 한 명씩 선임하는 방식은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며 “이는 상법의 해석상 미비점이며, 향후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적인 이사 선임이 아닌, ‘시차 임기제’나 ‘단독 선임’을 반복하는 방식은 집중투표제의 취지를 훼손한다”며 “입법자가 이 점을 명확히 규율하지 않으면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사 수 상한 명시, 경영권 분쟁 예방의 방패”

손 교수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사 수를 명확히 정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정관상 이사 수의 상한을 두는 것이 오히려 안정적”이라고 제안했다. 손 교수는 “이사 수가 무한정 늘어날 수 있다면, 특정 주주가 이를 전략적으로 조정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정관에 최소·최대 이사 수를 명시하면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집중투표는 하나의 결의로 모든 이사를 선임하는 방식이므로, 단순투표제처럼 ‘이사별 과반수 결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의결정족수의 해석 역시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예외적 조치지만 불가피”

손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의결권 3% 제한 규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의결권 제한은 비상한 상황에 대한 예외적 처방이지만, 한국처럼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구조에서는 불가피한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사 선임은 전체를 일괄 선임하고, 감사위원만 분리 선출하는 대규모 상장사의 구조에서는 감사위원 선임 결의에서만 의결권이 제한된다”며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결의에 적용되는 제도이므로, 감사위원 선임에는 별도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또한 손 교수는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을 2명 이상 선임하게 되면서 시차임기제 등 회피전략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며 “이런 변칙 운영을 막는 것이 다음 단계의 입법 과제”라고 말했다.


◆ “견제와 균형, 그 자체가 기업가치다”

손 교수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지배구조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배구조는 기업가치를 높이고, 그 결과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체계여야 한다”며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견제와 균형의 정신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벽한 지배주주는 없고, 완벽한 제도도 없다. 제도의 목적은 ‘누가 운영하더라도 책임이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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