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주주이익 명시 조항, 법체계 흔들까”…상법 개정의 핵심 쟁점 진단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4일 오후 1시 40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한국경영법률학회와 공동으로 ‘회사법과 보험법상 소송실무 쟁점’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안수호]

최근 개정된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이 법조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이 조항은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위해’ 충실의무를 져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기업지배구조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조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4일 오후 1시 40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한국경영법률학회와 공동으로 ‘회사법과 보험법상 소송실무 쟁점’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송옥렬 서울대 교수는 “입법 취지조차 불명확한 조항”이라며 해석상의 혼란을 지적했고, 동아대 노미리 교수는 “자기주식 처분과 경영판단원칙 적용에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신민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충실의무 위반 판단기준과 경영권 방어 행위의 적법성, 그리고 배임죄 성립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논의에 깊이를 더했다.


◆ 송옥렬 교수 “정치적 타협 속 불완전한 입법…과대해석 경계해야”

송옥렬 교수는 개정 조항의 입법 과정을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규정했다. 송 교수는 “이 조항이 왜 들어갔는지조차 학계나 정치권에서 합의된 적이 없다”며 “한 문구가 추가됐다고 해서 주식시장이 급등하는 현상은 법적 효과와 무관한 과잉 반응”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를 견제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하지만, 실제 효력은 해석에 달려 있다”며 “주주를 이사의 충실의무의 명시적 상대방으로 인정할 경우, 형사상 배임죄의 신임관계가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노미리 교수 “자기주식 처분과 경영판단원칙, 이제는 ‘공평대우’ 기준 필요”

노미리 동아대 교수는 “입법 취지를 감안하면 대부분의 해석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직접소송과 자기주식 제3자 처분 문제는 예외”라며 판례 변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 사건을 사례로 들며 “법원이 경영판단의 자율성을 존중해 가처분을 기각했지만, 이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간과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기주식 처분은 사실상 신주 발행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는데, 상법 개정 이후에도 이를 신주 발행 법리로 보지 않는 판례는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해충돌 상황에서 경영판단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며 “이사의 결정이 전체 주주의 이익과 공평대우 원칙을 반영했는지가 새로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신민 변호사 “충실의무 위반 판단, 절차적 정당성만으론 부족”

법무법인 지평의 신민 변호사는 “법원이 충실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절차적 정당성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제는 실질적 공정성 기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 상법은 주주를 충실의무의 상대방으로 명시했기 때문에, 주주와 회사 사이의 이해충돌 상황에서도 단순한 경영판단원칙으로는 판단이 어렵다”며 “미국식 ‘전체적 공정성(Entire Fairness)’ 판단 기준을 일정 부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경영권 방어 행위의 적법성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인수 시도자의 의결권을 상호주 관계로 박탈한 경우나, 제3자 배정 신주로 지분을 희석시켜 방어한 경우 모두 경제적 효과는 비슷하다”며 “인수 시도자의 손해가 ‘너무 크지 않다’는 기준만으로 합법성을 판단하는 것은 모호하고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일본 회사법의 방어조치 판례를 언급하며 “일본은 인수자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기업가치와 주주공동이익을 중심으로 판단한다”며 “우리의 ‘공평대우’ 원칙 해석에도 시사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 “배임죄 확대 해석 시 이사들의 의사결정 위축 우려”

신 변호사는 또 “충실의무의 상대방을 주주로까지 확장하면, 이사나 사외이사가 형사상 배임죄 리스크에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사가 회사 이익과 총주주 이익, 일반주주의 공평대우를 모두 만족시켜야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식의 해석이 나오면, 의사결정이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며 “긴급한 구조조정이나 장기 투자 판단이 지연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해석 단계에서 이익충돌 상황에서의 배임죄 성립을 완화할 논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법원, 해석의 균형과 현실적 기준 제시해야”

이번 토론에 참석한 세 명의 법률전문가는 모두 “조문 그 자체보다 해석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송 교수는 “법원이 조문을 어느 방향으로 해석하느냐가 향후 한국 회사법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고, 노 교수는 “공평대우 원칙이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질적 절차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법원이 기업 현실을 반영해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충실의무·경영권 방어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기업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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