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에 정치적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3일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환경노동위원회 주최로 ‘더 센 상법·노란봉투법 노사관계와 고용 안정의 도전’ 세미나가 열렸다.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구조적 문제와 정치 개입 위험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1,270조 원에 이르렀다. 만약 20% 손실이 발생한다면 정권이 바뀔 만큼 심각한 파장이 올 것”이라며 운용 안정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내 책임 통감하지만, 당시엔 원칙 지켰다”
최 전 이사장은 스스로의 과거 이력을 언급하며 “28년 전 장관 시절엔 기금 운용 자체가 없었고, 이사장 시절에는 본부 인원을 150명에서 350명으로 확대하며 체계화를 위해 힘썼다”고 회고했다. 그는 자신이 원칙대로 운용했기에 법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강조하며 “당시에는 스튜어드십 코드나 집중투표제 같은 제도는 없었다. 이후 정치 논리에 의해 도입되며 부작용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기업인은 애국자, 정치는 기업 현실 몰라”
그는 노란봉투법 등 최근의 노동 관련 입법 흐름을 겨냥해 “대한민국을 경제적으로 떠받치는 것은 기업인”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기업은 언제든 쓰러질 수 있는 위험 속에서 피땀을 흘리며 경쟁하는데, 정치인과 노조는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노동계 요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업이 지탱되지 않으면 일자리도, 복지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속가능 연금, 숫자 속 진실부터 봐야”
최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수익비(내는 보험료 대비 받는 연금액)가 현재 1.8배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지속 불가능한 구조”라고 단언했다. 그는 “평균적으로 수급비율이 1이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국민에게 더 준다고만 하면 사실상 사기”라며, 일본·캐나다처럼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명확히 분리하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감독자 역할만…전문가에게 맡겨야”
가장 강하게 강조한 대목은 기금운용의 독립성이다.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1년에 고작 20시간 정도 기금운용 회의에 참여하는데, JP모건이나 블랙록 같은 글로벌 운용사는 24시간 전문가들이 고민한다”며 현 제도의 허점을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심판자 역할만 하고, 운용은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기금운용본부를 두고, 장기 임기(10년 이상)의 최고운용책임자(CIO)를 선임해야 한다는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대한민국, 반시장적 정세부터 바로잡아야”
최 전 이사장은 헌법 조항과 교육 문제까지 언급하며 “우리 사회가 자유시장 경제를 표방하면서도 사회주의적 요소를 그대로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좌·우파 이념의 본질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언론·지식인 집단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근본적 제도 개혁 없이는 국민연금 개혁도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