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를 기반으로 대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하겠다는 태광산업에 대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가처분 신청을 통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태광산업의 결정이 경영상 목적에 부합하므로 상법의 ‘이사의 충실 의무’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이 같은 판결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2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서울 여의도에서 ‘자기주식 교환사채의 법적 쟁점 – 태광산업 케이스 중심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천준범 변호사는 자사주의 법적 성격에 대한 이론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천 변호사는 “자사주를 자산으로 본 대법원 판례는 과세 논리에 끌려간 결과”라며 “현행 해석은 주주 평등 원칙을 훼손하고,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이해를 보호하는 도구로 자사주를 남용할 수 있게 한다”고 비판했다.

자산설과 미발행 주식설의 갈림길
천 변호사는 “자사주를 자산으로 보느냐, 미발행 주식으로 보느냐에 따라 법리 전개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자산설을 따르면 다른 유형의 자산 거래와 동일하게 취급되어 이사회 재량이 강조된다. 반면, 미발행 주식설로 접근하면 신주 발행과 동일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주주 평등 원칙과 충실 의무가 적용될 수 있다.
그는 “법원이 자산설을 채택한 2010년 판결은 지나치게 도식적이었다”며 “자사주 처분이 주주의 지분율을 변화시키는 만큼, 단순히 회사 재산의 이동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회계와 법원의 괴리
실무에서도 모순이 드러난다.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자본조정 항목’에 반영하며 명백히 자본으로 공시한다. 그러나 법원은 처분 단계에서 이를 자산으로 보아 양도 개념을 적용한다. 천 변호사는 “기업 스스로 자본으로 공시해놓고 법원은 자산으로 본다는 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엉망진창’으로 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주 평등 원칙과 신주인수권
천 변호사는 자사주 거래 과정에서 주주의 법적 의사표시가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취득 시 모든 주주에게 청약 기회를 부여하는 단체법적 행위를 해놓고, 처분할 때는 개인법적 행위로 처리해 특정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도록 한 판례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이는 이사회가 주주의 지분율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주주 평등 원칙, 주주의 충실 의무를 무력화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주인수권을 ‘신주’에만 국한하는 국내 해석을 비판하며 “영미권의 프리엠티브 라잇(Preemptive Right)은 신주·구주를 구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천 변호사는 “자사주를 자산으로 본 기존 판례는 국세청 과세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특수 논리에 불과하다”며 “법원이 더 이상 자산설에 매달리지 말고 미발행 주식설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주 평등 원칙을 반영하지 않으면 한국 상법의 주주 보호 체계가 무너진다”며 판례 변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