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태광산업 교환사채는 합법”…송옥렬 교수 “법원 해석 여전히 한계”

자사주를 기반으로 대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하겠다는 태광산업에 대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가처분 신청을 통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태광산업의 결정이 경영상 목적에 부합하므로 상법의 ‘이사의 충실 의무’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이 같은 판결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2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서울 여의도에서 ‘자기주식 교환사채의 법적 쟁점 – 태광산업 케이스 중심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현재 법체계가 주주 보호와 경영권 견제라는 본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기주식 처분 = 사실상 신주발행

송 교수는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신주 발행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며 기존 법원 판례의 자산설(자기주식을 단순 자산으로 보는 해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기업들이 자기주식을 취득·보유하는 이유 자체가 신주 발행과 동일한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라며, 단순 매매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태광산업 사건처럼 25%에 달하는 대규모 교환사채 발행은 “사실상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주 발행과 다름없다”며, 기존 판례가 주주 이해관계 희석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언하는 송옥렬 교수 [사진=안수호]

경영상 목적 요건, 법적 실효성 의문

교환사채 발행 시 ‘경영상 목적’ 요건을 두는 현행 규정에 대해서도 송 교수는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회사가 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 경영상 목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법원이 그 진정성을 가려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진칼·SM엔터테인먼트 사례를 언급하며, “법원이 회사가 제출한 경영상 필요성을 뒤집기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가처분·위법행위유지청구의 구조적 한계

송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제기된 가처분 신청과 위법행위유지청구권의 한계도 강조했다.
“가처분은 워낙 큰 칼이어서 법원이 쉽게 휘두르지 않는다. 고도의 소명을 요구하는데, 현실적으로 한 달 만에 입증하기 어렵다”며, 결국 신청인의 소명 부족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위법행위유지청구권 역시 “이사회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을 주주가 사전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취약하다”며, 상법 개정으로 주주와 회사의 손해가 엄격히 구분된 이후 오히려 활용이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공정한 가격 논란과 법원의 한계

송 교수는 또 하나의 핵심 쟁점으로 시가 산정 문제를 지적했다.
“법원은 통상 ‘시가가 곧 공정한 가격’이라고 본다. 하지만 저PBR 상태에서 시가에 30~40% 프리미엄을 붙여 상폐 매수를 해도 주주의 정당한 보상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회계법인의 평가에도 넓은 재량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공정가격 여부를 적극적으로 심사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며 현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태광 사건의 특수성: 발행 규모와 지배주주 영향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그는 “발행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꼽았다.
자사주 교환사채로 발행된 물량이 25%에 달해, 사실상 제2·제3주주를 압도하는 지분이 제3자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이는 특정 주주의 이해를 위한 발행이라는 의심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며, 공평대우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원은 “의심만으로는 금지를 명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법은 최소한의 장치일 뿐”

송 교수는 “법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아주 나쁜 세상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라며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더 정교한 입법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고 말했다. 송 교수는 특히 자기주식 활용에 대한 법리 정립과 공정가액 산정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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