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벌써 2년…진단키트 기업들, 상장폐지 문턱에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박 신화’를 썼던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이 엔데믹 전환 이후 급격한 매출 감소와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요건 강화, 경쟁 심화, 신제품 부재 등 구조적 한계가 겹치면서 과거의 ‘코로나 수혜주’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업계는 이제 팬데믹 특수가 남긴 후폭풍 속에서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피씨엘, 8년 만에 퇴출… 기술특례 상장의 명암

가장 극적인 사례는 체외진단 전문기업 피씨엘이다. 2017년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을 당시만 해도 차세대 진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로 단기 흑자를 기록하며 ‘기술주 프리미엄’을 입증하는 듯했다. 그러나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4년 매출은 12억 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271억 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3월에는 자본잠식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었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 피씨엘의 상장폐지를 최종 확정하며 8년 만에 퇴출을 결정했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성장성 검증 문제를 다시 환기시키는 대목이다.

엑세스바이오, 매출 1조에서 분기 3억도 못 채워

또 다른 상징적 사례는 엑세스바이오다. 팬데믹 당시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던 이 회사는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의존도가 70~90%에 달했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과 함께 수요가 급감하자 실적은 급전직하했다.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1억8700만 원에 불과해 거래소 규정이 요구하는 ‘분기 매출 3억 원’ 기준에도 미달했다. 이로 인해 8월부터 주권매매 거래가 정지되었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엑세스바이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1년 새 24% 줄였으며, 미국에서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콤보 키트의 FDA 승인을 기대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매출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신제품 승인만으로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에스디생명공학도 ‘빨간불’… 이의신청으로 시간 벌기

대원제약 자회사인 에스디생명공학 역시 거래소의 상장폐지 의결을 받고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회사 측은 개선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단기간 내 실적 반등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른 진단기업들이 연이어 퇴출되거나 개선기간 종료 후 다시 위기에 놓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한계 드러난 진단키트 산업

코로나19 특수에 기댔던 진단키트 산업은 엔데믹 전환과 함께 본격적인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무엇보다 단일 제품 의존도가 문제였다. 팬데믹 기간 수십 개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진단키트 사업에 진출했지만, 제품 차별화는 부족했고, 글로벌 대형 유통망 확보에도 한계를 보였다. 엔데믹 이후 수요가 줄자 다수 기업이 일제히 매출 급감을 겪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유지 요건도 부담이다. 분기 매출 3억 원 미만이면 ‘주된 영업 정지’로 간주되어 실질심사에 오를 수 있으며, 영업손실 지속이나 자본잠식 발생 시 관리종목 지정 위험도 크다. 이미 셀리버리, 파멥신 등이 같은 기준으로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고, 피씨엘과 엑세스바이오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각국의 방역 정책 변화, 글로벌 규제 강화 등 외부 변수도 수요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특수로 인위적으로 커졌던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이 걸러지는 것”이라며 “실적 부진과 지배구조 불투명성이 겹친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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