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전 STX 회장 측, SK오션플랜트 인수…그룹 재건 노리나

사진=SK오션플랜트

디오션자산운용, STX 그림자 드리운 신생 PEF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디오션자산운용이 SK에코플랜트의 풍력발전 자회사 SK오션플랜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1996년 설립된 삼강엠앤티가 전신으로, 2021년 약 4600억원에 SK에코플랜트에 편입됐다. 창업주인 송무석 전 삼강엠앤티 대표와 그의 동생 송정석 삼강금속 회장은 여전히 2대 주주로 남아 있으며, 이들 일가와 삼강금속이 보유한 지분은 총 20.73%에 달한다.

SK오션플랜트, 삼강엠앤티의 변신

SK오션플랜트는 1996년 설립된 삼강엠앤티가 전신이다. 조선·플랜트 기자재 분야에서 성장한 삼강엠앤티는 2021년 SK에코플랜트에 약 4600억원에 인수되며 ‘SK 계열 신재생 에너지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창업주 일가의 지분은 여전히 건재하다. 송무석 전 삼강엠앤티 대표와 동생 송정석 삼강금속 회장이 주요 2대 주주로 남아 있으며, 두 일가와 삼강금속이 합산 20.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재무적 부담과 사업 구조조정 속에서 SK오션플랜트 매각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풍력발전 기자재 시장이 성장세에 있지만, 단기 수익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 주체로 떠오른 디오션자산운용은 외형상 신생 운용사지만, 실질적으로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설립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현재 지분 100%는 에스유엠글로벌(옛 디오션인베스트)이 보유 중이며, 이 법인에는 강 전 회장의 장녀 강경림 씨가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운용사 경영진도 STX와의 인연이 짙다. 정중수 대표는 STX 출신이며, 기타비상무이사인 최임엽 이사 역시 과거 STX엔진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재계 복귀를 노리는 ‘강덕수의 세컨드 라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 전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고 가족과 측근들을 통해 새로운 투자 플랫폼을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부활’인가, ‘위험한 재도전’인가

강 전 회장은 STX그룹을 재계 12위까지 키웠으나, 무리한 확장과 차입경영으로 그룹을 파산 위기로 몰고 간 인물이다.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며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지만, 이번 인수전으로 다시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조선·플랜트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노리는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반면 “구조조정과 법정관리의 상징적 인물이 다시 대규모 투자 무대에 나서는 것은 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강덕수 전 회장 [사진=STX]

“승부사에서 몰락으로”…강덕수 전 회장과 STX그룹의 추락기

한때 조선·해운·자원개발을 아우르며 재계 12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STX그룹은 201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무너졌다. 그룹의 상징이었던 강덕수 전 회장은 과감한 인수·합병(M&A)과 ‘속도 경영’으로 주목받았지만, 무리한 확장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몰락했다. 한국 기업사에서 ‘승부사형 경영자’의 영광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사례로 기록된다.


속도전으로 키운 조선·해운 제국

STX그룹의 비약적 성장은 전적으로 강 전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1년 대동조선을 인수해 STX조선으로 출범시킨 그는 불과 2년 만에 업계 4위 조선사로 끌어올렸다. 이어 해운사 팬오션(옛 고려해운), 프랑스의 엔진업체 만디젤(MAN Diesel), 노르웨이 조선소 아커(Aker) 야드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글로벌 해운·조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당시 그룹 내부에서는 “빠르게, 크게”라는 구호가 경영 철학처럼 통용됐다. 단기간에 외형을 키우는 전략은 시장에서도 주목받으며, 강 전 회장은 ‘승부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무리한 확장과 차입 구조의 덫

그러나 이 같은 확장은 재무적 건전성을 갉아먹었다. 2000년대 중반 조선·해운 호황기에 벌어들인 현금흐름보다 더 큰 규모의 차입으로 인수합병을 이어가면서, 그룹 부채비율은 400%를 훌쩍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겹치며 세계 해운·조선업이 얼어붙자, STX는 일감 부족과 고금리 부담에 동시에 시달렸다.

금융권은 이미 2010년대 초부터 경고음을 내고 있었다. “STX는 현금창출력보다 확장 속도가 빠르다”는 우려가 나왔고, 채권단은 구조조정 압박을 강화했다. 하지만 강 전 회장은 “위기일수록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며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반등은 오지 않았고,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팬오션 법정관리와 그룹 균열

결정적 전환점은 2013년이었다. 그룹 핵심이던 팬오션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STX 신화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팬오션은 당시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떠받치는 핵심 계열사였기에, 단순히 한 회사의 부실을 넘어 그룹 전반의 신용 경색으로 이어졌다. 주요 금융기관이 대출 회수에 나서자 그룹 유동성 위기는 현실로 다가왔고, 계열사 매각이 잇따랐다.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엔진 등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며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군산·진해 등 지방경제에 뿌리내린 조선소들이 휘청이자 지역사회에도 타격이 컸다. ‘승부사 경영’의 대가가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 셈이다.

경영 책임과 사법 리스크

강 전 회장은 그룹 위기 과정에서 분식회계·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2014년 구속기소된 그는 법정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수조 원대 분식회계를 인정하며 중형을 선고했다. 이는 경영 실패가 단순한 경기 침체 탓이 아니라,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부실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과 법원은 STX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군에 대한 회계 감시와 채권단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STX 사태는 한국 금융권에도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당시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규모 대출을 집행했지만, 그룹의 고위험 구조를 충분히 점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채권단은 뒤늦게 자구안 요구와 구조조정을 밀어붙였으나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정부 역시 대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산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 체계 강화, 대주주 책임성 확대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STX그룹의 몰락은 한국 기업사에서 ‘확장 일변도 경영’이 어떻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단기간에 재계 서열을 끌어올린 승부사적 리더십은 위기 국면에선 위험으로 전환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강덕수식 속도 경영은 당시 세계 조선·해운 호황이라는 토양 위에 세워진 모래성이었다”며 “지속 가능한 재무 구조와 투명한 지배구조 없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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