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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체제 전환…김남호 명예회장 한발 물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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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생명, 하이텍 지분 매도하며 금융 부문 독자 행보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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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창업주, DB손보 지배력 강화·667억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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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부회장 전면 부상…남매 간 역할·지분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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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계열 분리 가능성 부상…현금 동원력이 핵심 변수

DB그룹 내부에서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DB그룹이 6월 27일 갑자기 그룹 회장에 이수광(81) 전 DB손해보험 사장을 앉히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을 선포했다. 그룹 총수인 김준기(81) 창업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2세 경영인인 김남호(50)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명예회장’이 됐다.
그러자 김남호 회장이 마이웨이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DB생명보험은 14일 공시를 통해 DB하이텍 0.59%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매도는 7월 28일부터 8월 8일에 걸쳐 이뤄졌다.
DB하이텍의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23.27%로 줄었다. DB하이텍 주가가 올해 들어 31% 이상 오른 상황이 매도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매도로 현금화한 금액은 120억원 규모다.
문제는 DB하이텍이 주주행동에 부딪히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DB하이텍은 김준기 창업회장이 사재를 털어넣기도 한 애착을 가진 기업이다. DB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지배력이 약화된 것이다.
DB그룹의 금융 부문은 김준기 창업회장의 아들인 김남호 명예회장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DB생명은 DB손해보험이 99% 지분을 가진 자회사다.
DB손해보험은 김남호 명예회장이 약 9% 지분을 가진 1대 주주다. DB손해보험은 지난 4월 다올투자증권의 지분을 취득해 주요 주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 역시 금융 부문을 강화하려는 김남호 명예회장의 뜻으로 여겨졌다.

이런 모습에 김준기 회장은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우선 김남호 명예회장을 해임했다. 그리고 DB그룹 금융부문 지배구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DB손해보험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DB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DB Inc와 DB하이텍은 DB손해보험 0.71% 지분을 최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DB손해보험에 대한 김준기 회장 측의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며 667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김남호 명예회장은 2020년 7월 DB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부자 간 갈등이 불거졌다.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창업회장이 구속된 다음 해다.
김준기 회장은 이후 경영 복귀를 노리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김남호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둘째이자 딸인 김주원 부회장의 그룹 내 존재감이 커진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그러면서 3세 간의 역할·지분 배분 문제까지 불거졌다. 김주원 부회장은 전략 및 투자 부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계열사 경영 참여 범위를 놓고 남매 간 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기 창업회장 역시 특정 사안에서 김주원 부회장을 지원하며 갈등을 부추겼다는 후문이다.
김남호 현 회장이 2020년 그룹 경영을 맡으며 젊은 리더십을 강조해왔다. 김 회장은 금융·보험 중심의 사업 재편과 디지털 전환 전략을 주도하며 외형 회복에 나섰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일정 부분 경영 참여 의지를 유지하며 그룹 주요 의사결정에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둘째 김주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형제 간 권한 배분·지배구조 갈등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일부 사외이사 인선과 투자 의사결정을 둘러싸고 형제 간 의견 차이가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창업주와 장남·장녀 간의 미묘한 이해 충돌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남호 회장은 DB손보를 중심으로 금융 부문을 따로 떼 계열 분리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현금 동원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