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2위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쉰들러엘리베이터는 1957년 서울 명동 사보이 호텔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을 계기로 한국 시장에 발을 디딘다. 1987년에 ‘한국쉰들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쉰들러가 국내 엘리베이터 업계 1위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요 주주로 등장한 것은 2006년. KCC그룹 등 범현대가가 가진 지분을 1493억원에 사들인 것이 처음이었다.
이후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로 지분을 추가로 늘려갔다. 2014년까지 8년에 걸쳐 3287억원을 들여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추가로 늘렸다.
KCC는 왜 쉰들러에 지분을 넘겼나
2003년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서거 이후 현정은 회장이 취임했다. 그러자 같은 해 정상영 KCC 명예회장 측이 현대그룹 경영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KCC 지분율이 낮아지고 경영권 분쟁에서 밀린 KCC 측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일 대상을 찾았다.
그 때 등장한 것이 한국 시장을 노리던 쉰들러였다. 쉰들러는 당초 KCC 보유 지분 인수 사실을 현 회장 측에 통보할 정도로 우호적인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투자를 중단한 이유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범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현 HMM)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계약 상대방 펀드들은 현대상선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나눠 갖는데, 주가가 내려가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2014년 쉰들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대로 파생 상품 거래로 회사에 입힌 7000억원 규모 손해를 배상하라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3월 대법원은 1700억원 배상 명령을 내렸다.

3200억 20년 투자했지만 남은건 고작 500억 남짓
그러면서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정리하면서, 손을 떼고자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주식을 털어내는데 10년이 넘게 걸린 이유다.
28일 공시에서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이 4.25%로 줄었다고 밝혔다. 주요 주주에서 빠진 이상 추가 매도는 공시할 의무가 없다. 19년 6개월 간 지켜온 주요 주주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다.
쉰들러 측은 “투자 회수 목적으로 장내에서 주식을 판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호실적에 강세를 보이자 매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날까지 나온 공시를 종합해도 쉰들러 측의 현대엘리베이터 순매수금액은 860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판 주식보다 산 주식 대금이 860억원 많다는 의미다.
현재 남은 4.25% 지분을 현 주가에 다 팔면 1343억원이 추가된다. 그 경우 쉰들러 측은 483억원을 남기게 된다.
20년 가까이 3287억원을 쏟아부은 결과 500억원도 건지지 못한 셈이다. 연 수익률로 따지면 1% 못 미치는 셈이다. 2025년 7월 기준 예금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가중평균 금리가 2.51%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본전만 겨우 찾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