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은(70)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서 물러난 2024년에도 37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아갔다. 행동주의 펀드인 KCGI 측이 2023년 현 회장의 과도한 급여 등을 문제 삼으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지만, 등기임원만 사퇴했을 뿐 연봉은 더 늘어난 셈이다.
비상장사 합치면 현 회장 연봉 60억 육박
2024년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미등기임원으로 37억400만원을, 현대무벡스의 사내이사(이사회 의장)로 12억원을 받았다. 비상장사 현대아산은 9억원씩 현 회장에게 지급했다다. 작년에도 같은 금액을 현 회장에게 지급한 것으로 보이나 사업보고서는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3개사 연봉만 해도 58억400만원이 되는 셈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3년 현 회장에게 29억800만원을 지급했다. 현 회장은 2023년 11월 17일에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그런데도 연봉은 약 8억원(27.4%) 늘어난 것이다.
기본급이 16억원이고, 나머지는 상여금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직무·직급, 근속기간,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면서 “상여금은 임원보수규정 및 경영진 보수 지급기준에 따라, 계량지표로서 영업이익 등을 반영하고 비계량지표로 리더십, 전문성, 윤리경영,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직원 연봉 100만원 올리고 회장은 8억 늘어
현대엘리베이터의 영업이익이 2023년 826억원에서 지난해 2257억원으로 개선되자 현 회장의 상여금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국내 승강기 리모델링 수요가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현대엘리베이터 직원 3000여 명의 연봉 평균은 9100만원에서 9200만원으로 약간 상승하는 데 그쳤다.
현 회장의 연봉은 국내 여성 경영인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현 회장(49억400만원) 보다 많은 금액을 받은 여성 경영자는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으로, 126억원으로 받았다.
현 회장 다음으로 많은 연봉을 받은 여성 경영인은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다. 신세계 1곳에서 35억9600만원을 받았다.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이 32억25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정성이 이노션 고문(18억8300만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17억원) 등이다.
주주 의견 적극 수용한다더니…
문제는 현 회장의 과도한 연봉을 문제 삼은 주주 행동 뒤에도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KCGI자산운용은 2023년 8월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주주 행동에 나섰다. 현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이 핵심이었다. KGCI 측은 현 회장의 과다한 연봉과 겸직을 문제 삼았다.
KCGI 측은 주주서한에서 “대법원은 현 회장의 이해관계 충돌과 선관의무 위반을 근거로 1700억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했으며 이외에도 별건의 주주대표소송과 ISD(투자자-국가 사이 분쟁 해결절차)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현 회장의 사내이사로서 적격성을 재검토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현 회장은 2023년 11월 17일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임시 이사회에 참석해 “최근 사회 전반에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엘리베이터 또한 업계 선도기업으로서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핵심가치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등기임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후 현대엘리베이터는 홍익대 경영대 교수 출신 정영기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와 동시에 사외이사 선정 프로세스도 개선하며, 성과와 연동된 사외이사 평가 및 보상체계를 수립하고, 감사위원회 별도 지원조직을 설치하기로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이 미등기임원이 아니라 일개 직원 신분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이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현정은 회장의 뜻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경영진 연봉 한도를 정하는 주주총회도 현 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며, 거액의 배상 의무를 진 현 회장 입장에서는 현금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1700억 배상 의무 진 현정은, 대출만 3627억
현 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61.6%)인 비상장사 현대홀딩스컴퍼니가 보유한 19.3% 지분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를 지배하고 있다. 특수 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현대엘리베이터 발행 주식 수의 27.7%가 현 회장 측 지분이 된다.
2023년 3월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상선(현 HMM)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5개 금융사에 우호지분 매입을 대가로 연 5.4~7.5%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파생상품을 계약했다. 금융사들이 현대상선 주식을 취득해 현 회장 측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는 대신, 주식 취득에 따른 이자비용과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전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현대상선 주가가 폭락하면서 이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수천억원 규모 손실로 돌아왔다. 그러자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 스위스 승강기 업체 쉰들러가 2014년 현 회장 등을 상대로 7000억원을 배상하라는 주주 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쉰들러는 현재도 현대엘리베이터 10% 지분을 갖고 있다.

현정은 측, 현대무벡스 46억 매도...자금난에 '돌려 막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개인 회사 현대네트워크가 현대무벡스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 14일 공시에서 현대네트워크는 현대무벡스 1.14% 지분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약 46억원 규모 주식이다. 현대네트워크는 현 회장이 91.30% 지분을, 나머지 지분은 세 자녀가 나눠 가진 비상장 기업이다. 현대네트워크에 들어온 현금은 현 회장과 가족들이 배당으로 가져가는 구조다. 현 회장은 지난달 대법원 판결로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지급하게 됐다. 원금 1700억원에 배상 지연으로 인한 이자 등이 더해져 실제 지급 금액은 2000억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된다. 자금난에 현 회장은 보유 주식 대부분을 담보로 잡혀 금융기관 대출에 나선 상황이다.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계열사 주식 매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진 기사 [데일리 지배구조] “주식으로 빚갚은 현정은…현대엘리베이터 결정 문제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