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기업 솔루엠이 최대주주 전성호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투자자 신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자사주 매각 논란, 가족회사 부동산 매입, 2세 승계 시나리오 등 연이은 오너 리스크에 소액주주 반발이 확산되며, 경영 투명성 확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사회 독립성과 주주가치 제고 의지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는 양상이다.

‘대표 가족회사에 부동산 52억 매입’…터널링 의혹 고조
솔루엠이 작년 1월 전성호 대표의 가족회사 ‘나섬’으로부터 경기도 용인 청덕동 소재 건물과 토지를 52억 원에 매입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해당 부동산은 나섬이 2017년 12억 원에 매입한 토지 위에 준공한 연수시설로, 법인 등기상 대표의 아내, 동생, 두 아들이 이사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나섬은 부동산 매각 직후 자진 해산해 사실상 부동산 회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 대표는 “기숙사 확보 차원에서 외부 평가가의 90% 수준으로 거래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자산이 대표 가족 소유라는 점, 대체매물 검토의 부재, 이사회 구성원들의 독립성 결여 등은 ‘터널링’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했다.
자사주 대표 매각 결정…소각 전환에도 남은 불신
2025년 4월 솔루엠은 전성호 대표에게 211억 원 규모의 자사주(118만9,315주)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가격이 회사의 평균 자사주 매입가나 직원 스톡옵션 행사가보다도 낮아,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자사주를 최대주주에게 할인 매각한 것 자체가 경영권 강화를 위한 편법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한 달 뒤인 5월, 회사는 입장을 바꿔 동일 수량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고 공시하며 진화에 나섰다. 소액주주연대는 “경영진의 결정을 환영하지만, 주가 부진과 불투명한 이사회 운영에 대해 지속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 유통량을 줄여 주주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당초 매각 결정보다 투자자 친화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사실무근’ 해명 속 2세 승계 지배구조 개편 논란
솔루엠의 가장 민감한 이슈는 전성호 대표의 두 아들을 축으로 한 경영권 승계 작업 의혹이다. 업계와 일부 보도에 따르면, 장남 전동욱 상무는 비(非)ESL 사업을 지주사 체제로 묶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차남 전세욱 상무는 ESL(전자가격표시기) 법인의 수장으로 내정됐다는 후문이다. 회사는 이를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복수의 내부 인사 및 조직개편 정황은 이미 분사와 승계 시나리오가 일정 부분 진척됐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전세욱 상무가 이끄는 ESL 사업부에서는 기존 임원 교체가 있었고, 전동욱 상무는 적자를 내던 헬스케어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있으면서 400억 원 규모의 화장품 회사 인수까지 주도했다. 이는 본업과 무관한 투자 확대를 통해 2세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전성호 대표는 불과 몇 달 전 “승계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시장은 모호한 해명만 반복하는 회사의 태도에 신뢰를 거두는 분위기다. 분사나 승계 작업이 지금은 멈춘 듯 보이지만, 배경 설명 없이 의혹만 부인하는 태도로는 주주와 시장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주주가치’ 외면한 이사회 운영…투자자 불만 고조
잇단 논란의 공통점은 ‘주주가치 훼손’과 ‘이사회 독립성 부족’이다. 가족회사와의 거래, 대주주에 대한 자사주 매각 시도, 명확한 설명 없는 승계 시도는 모두 시장 신뢰를 훼손했다. 특히 솔루엠 이사회는 상장 이전부터 장기 재직한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돼 의사결정의 독립성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소액주주연대는 “회사의 불투명한 경영방식과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주가 부진의 핵심 원인”이라며, “향후 여러 방안을 통해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행동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소액주주연대에는 전체 지분의 6.78%가 결집된 상태로, 향후 주주총회 등을 통해 견제 장치를 본격 가동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부광약품·솔루엠 대규모 신주 발행 논란 [데일리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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