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의 ‘배임죄’ 완화 논의에 등장하는 ‘디스커버리’ 제도란 [현장+]

사진=안수호

기업인의 경영상 결정으로 발생한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 ‘배임죄’ 등 형사 조항 적용보다는 민사상 대응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 미국과 같은 ‘디스커버리’ 제도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있었다.

디스커버리 제도란 영미법계 소송에서 재판 전에 당사자들이 서로 가지고 있는 증거와 서류를 공개하여 쟁점을 명확히 하는 제도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없는 국내에서는 소송 상대방인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상법개정과 제도개선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 경영진의 민사 책임은 강화하되, 형사 책임은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민사적 책임을 실효성 있게 묻기 위한 핵심 장치로 디스커버리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올 하반기 또는 내년에는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합의를 도출하고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시급… “정보 비대칭 구조 해소해야”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전 국회의원)는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민사소송에서의 증거확보 어려움을 지적하며,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 대표는 “배임죄가 민사보다 형사에 의존되는 건 증거 입수의 어려움 때문이며, 결국 검찰 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사 중심의 분쟁 해결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의료사고, 기술탈취, 금융소비자 분쟁 등도 마찬가지로 디스커버리가 꼭 필요한 분야”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디스커버리 제도의 부작용으로 소송 남발이나 영업기밀 침해 우려도 있지만, 이는 법원의 적극적 소송 관리와 전문 디지털 정보관리 시스템으로 통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배임죄가 형사에 집중된 현실은 검찰권 과잉의 단면”이라며 “민사소송을 중심으로 한 제도 개선은 기업 자율성과 권리구제의 균형을 맞추는 첫걸음이며, 이는 검찰개혁과도 직결된다”고 역설했다.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전 국회의원)는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민사소송에서의 증거확보 어려움을 지적했다. [사진=안수호]

“98년 상법 개정의 본질은 지배주주 견제…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

이 대표는 이날“이사 충실의무 도입은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1998년 IMF 위기 당시 상법 개정의 본질을 이제야 실현한 것”이라며 “지배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이사회의 기능을 정상화하려는 취지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98년 IMF 위기는 지배주주가 공공 자금을 사적으로 남용해 초래된 것이었고, 이를 계기로 사외이사제도, 집단소송제, 사실상 이사 개념 등이 도입됐다”며 “이번 개정은 그 정신을 되살리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대법원의 2004년 판례를 비판하며 “주주와 이사 간 위임관계가 없다는 논리는 일본의 과거 판례를 답습한 것으로,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삼성 에버랜드 판결 등 이후에도 이 기조가 이어지며 제도개혁이 지체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사 충실의무는 이해상충이 있는 특정 상황에 국한되며, 모든 이사회 결정에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삼성전자와 현대차 이사회 안건 중 실제 해당되는 건 28건 중 4건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충실의무 확대가 소송 남발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현실과 괴리된 ‘혼란 유발형’ 반대 논리”라고 비판했다.

용어부터 바꾸자… ‘사외이사’는 ‘독립이사’로

이용우 대표는 상법상 용어 사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사외이사’는 회사 바깥사람이 왜 간섭하느냐는 부정적 뉘앙스를 갖고 있다”며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판단을 한다는 의미의 ‘독립이사’로 바꾸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주주’와 ‘소액주주’ 대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라는 표현을 쓰자”며 “민주주의는 다수결이지만, 주식시장의 권리는 지분율이 아닌 법적 구조와 공정성에 근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감사위원 선임 시 집중투표제를 확대하고,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자사주를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행위는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현재처럼 자사주를 이용한 경영권 방어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 필요성은 인정되나, 한국 법 체계에 맞는 수준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며 “도덕성과 현실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 남기기

HOT POSTING

지구인사이드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