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주 기부 시 ‘무의결권 보통주’를 활용하거나 의결권 미행사 조건을 부여하고, 기존에 출연한 자사주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기업이 지배하는 재단에 기부된 자사주로 지배주주에 유리한 의결권 행사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한 복지기금의 운용은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 전문 기관에 위탁해야 하며,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을 철저히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그래야만 자사주 활용이 정당화될 수 있고,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의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김규식 변호사(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의 주장이다.
‘이재명 정부 상법개정안의 핵심 쟁점, 자사주 소각’을 주제로 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 세미나가 11일 여의도에서 열렸다.
김 변호사는 이날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그래야 자사주 매입도 온전한 주주 환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주 출연 시 반드시 무의결권 보통주로 하거나, 의결권 미행사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기존에 출연한 자사주의 의결권 행사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복지기금 운용은 회사 내부가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에 맡기고, 무엇보다도 이사회의 독립성을 철저히 확보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장치 없이 자사주가 활용된다면, 이는 결국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며 공청회 발언을 마무리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자사주를 자산으로 보는 판례와 기업들의 남용 관행이 결합돼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이 아닌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글로벌 회계기준(IFRS)과 미국 델라웨어 판례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은 자본 거래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한국은 소각 목적이 아닐 경우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이제는 1998년 세수 부족으로 도입된 낡은 세법과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법과 상법은 별개의 체계이며, 상법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자본 거래로 보고 권리·의무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김남근 의원이 발의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자사주가 공익재단, 복지기금, 우리사주조합 등에 출연된 후 경영권 방어에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독립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사주조합과 근로복지기금에 자사주를 출연하는 것은 임직원과 주주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좋은 방안이지만, 지배주주의 영향력 아래 있다면 본래 취지를 훼손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KT&G 사례를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2002년부터 2019년까지 KT&G는 복지재단, 장학재단, 우리사주조합 등에 총 12.83%의 자사주를 출연하거나 처분했고, 현재 경영진이 이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며 “이는 회사 돈으로 최대주주가 된 전형적인 경영권 남용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KT&G가 임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사주를 출연해 부의 공유를 확대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현재처럼 독립성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오히려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KT&G 복지재단과 장학재단, 사내 복지기금의 현황을 지적했다. 그는 “복지재단과 장학재단은 공익법인으로서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이 있지만, 사내 복지기금은 의결권 제한이 전혀 없고, 사실상 무제한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결국 현 경영진이 자사주를 지배하면서도 아무런 제한 없이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 영국, 스웨덴 등 선진국들은 공익재단이나 복지기금에 자사주를 출연하더라도 철저히 이사회 독립성을 보장하고, 기금 운용 역시 외부에 맡기는 문화와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허시 재단, 트럼프 재단 사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재단까지 모두 공통적으로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반면 한국에서는 대부분 창업주 가문이 재단과 기금의 인적 구성을 지배하고 있으며, 자사주 출연과 면세 혜택, 의결권 행사까지 이어지는 구조적 남용이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사주 소각에도 배당과 동일한 세제 혜택 필요" [현장+]
천상영 CFO “신한금융 자사주 소각 가속…기업가치·주주가치 동시 제고” 신한금융그룹이 자사주 소각을 핵심 수단으로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동시에 제고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상법개정안의 핵심 쟁점, 자사주 소각’을 주제로 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 세미나가 11일 여의도에서 열렸다.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신한금융의 자사주 소각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을 공유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시장 신뢰를 함께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천 부사장은 “지난해 7월 발표한 기업 가치 제고 계획 이후 자사주 소각을 지속해 왔다”며 “주주 환원율 역시 대폭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신한금융은 2022년 4,860억 원, 2023년 7,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6,500억 원어치를 소각해 전년 실적에 근접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