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주주이익 고려가 핵심” [현장+]

민사·형사·행정 전반에 영향…이사 책임 강화

공시 통한 주주이익 커뮤니케이션 강조

주주 외 이해관계자 고려도 여전히 유효

법무법인 세종이 4일 오후 4~6시 서울 중구 디타워에서 ‘상법 개정, 그 내용과 시사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안수호]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충실의무가 확대되면서 기업 경영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법무법인 세종이 4일 서울 중구 디타워에서 ‘상법 개정, 그 내용과 시사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상법 개정은 단순한 법률 조문 변화가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주주 이익을 보다 본질적으로 고려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번 충실의무 규정은 오랜 논의와 여야 합의를 통해 탄생했다”며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된 입법으로서 민사, 형사, 행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파급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책임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민사적으로는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더욱 무거워지며, 형사적으로는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높아졌다. 행정적으로는 증권신고서 심사 등 금융감독원의 심사 과정에서도 새로운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정 교수는 “단순히 법 조문 위반 여부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에서 주주 전체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계열사 간 거래나 합병 시에도 소액주주 등 전체 주주의 이익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상법 개정은 단순한 법률 조문 변화가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주주 이익을 보다 본질적으로 고려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안수호]

총주주·전체주주 개념…공평한 대우가 핵심

이번 개정법에서는 ‘총주주’, ‘전체주주’라는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해 해석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이는 지배주주나 특정 소수 주주의 이익 보호가 아닌, 전체 주주 100%의 이익을 고려하라는 취지”라며 “공평의 개념은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전체 주주와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3년 대법원의 주주평등원칙 판결을 언급하며 “특정 주주에게 차등적 대우가 허용될 수도 있지만, 이는 법률상 정당화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이번 상법 개정이 이러한 해석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사주·신주배정도 새로운 시각 필요

계열사 합병뿐 아니라 자사주 처분, 신주 배정 등에서도 이번 상법 개정이 미칠 영향은 크다. 정 교수는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제3자 배정이나 자사주 처분도 반드시 전체 주주와 회사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해야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사주 처분에 있어서도 기존 판례와 달리, 이제는 신주배정과 유사한 정당성 요건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가격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더욱 커질 것”이라며 “단순히 시장가격을 따랐다는 이유로 익스큐즈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개정으로 ‘주주’가 명시되면서 다른 이해관계자 보호가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정 교수는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와 선관주의의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 주주이익에 집착하기보다, 근로자·채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ESG 가치도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배임죄와 소송 리스크…“경영판단의 원칙 중요”

배임죄 확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정 교수는 “이번 개정으로 주주도 이사의 사무처리자의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배임죄 적용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대법원의 추세는 배임죄 성립을 좁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라 충분한 정보와 신중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면 배임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소송 외에 이사가 주주에게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경우도 개정법 하에서 늘어날 수 있다”며 “그러나 고의 또는 중과실이라는 높은 기준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평소 신중한 의사결정과 정보 공개로 대비하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상장기업의 경우 의사결정에 있어 주주이익 고려 과정을 증권신고서 등 공시자료에 보다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며 “기업의 고민과 판단 근거가 잘 전달돼야만 투자자와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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