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상 압박 강화, 한국 경제 ‘직격탄’ 우려 [현장+]

“관세 리스크, 韓GDP 1%p 타격 가능성”
관세·환율 연계한 자국우선주의, 공동 대응 필요성 부각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 GDP 최대 1% 하락 초래 가능성
“장기적 구조 전환 시급”… 현지 투자·산업 협력 해법 제시
“속단보다 전략적 접근 필요”… 전문가들 신중론 제기

자본시장연구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 3층 불스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경제 정책 영향과 대응 방향’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임정문]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통상정책이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연이은 관세 부과, 환율 협정 압박, 그리고 무역 구조 개편 시도는 단순한 보호무역주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러자 미국의 무역 환율정책에 대해 고찰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미국의 무역·환율 정책, 공동 대응 모색해야”

자본시장연구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 3층 불스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경제 정책 영향과 대응 방향’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최근 미국의 대외 정책은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 중 하나”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재건을 목표로 보호무역주의와 달러화 약세 유도 등 강력한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정책은 개방성과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여러 경로로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대미 교역뿐 아니라 글로벌 교역 위축, 성장 둔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현실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또 “올해 일부 분기에는 소비·투자·수출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제는 미국의 경제 정책 방향성을 면밀히 이해하고, 그에 따른 실질적 해법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의도는 무엇인가… 무역적자의 본질은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관세만으로도 정신없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라며 현 상황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위원은 “미국의 전략 핵심에는 스테판 미란(Stephen Miran)의 보고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미란의 41페이지짜리 보고서 하나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트럼프 정부가 전방위적 무역 공세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 4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해 관세 인상을 시작했다. 기본 관세 외에도 상호 관세, 품목별 관세까지 적용하며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 철강, 자동차 부품 등 특정 산업군이 주요 타깃이다.

이 위원은 “흥미로운 점은 관세의 부담 주체가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라는 점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럼에도 미란 보고서는 ‘달러 강세 및 위안화 약세 덕분에 소비자 물가 부담은 크지 않다’며 정책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는 단번에 25%를 부과했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매달 2%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로써 대상국이 대응할 틈을 주지 않고, 압박 강도를 조절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세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환율 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985년 플라자합의처럼 동맹국들에게 달러 약세 유도를 요구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마라라고 협정’이라 지칭하며, 트럼프의 별장 이름에서 따온 일종의 신(新) 플라자합의 구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관세만으로도 정신없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라며 현 상황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임정문]

“환율 때문에 무역 적자 생기는 것 아냐”

이 위원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은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 환율 조작 의심, 미 국채 보유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국가별 차등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고서에 명시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국채 보유에 보유세를 매기는 방안, 통화스와프와 유사한 유동성 공급 장치 도입, 지급결제 제한 조치까지 거론되며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은 무역적자의 주원인을 달러 강세에서 찾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위원은 “미국의 소비-투자 구조 자체가 무역적자를 유발하고 있다”며 “저축률 부족, 과도한 소비, 기술 진보,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등이 더 근본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제조업 쇠퇴나 일자리 감소를 무역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비약”이라며 “이는 오히려 기술 자동화나 고령화 같은 구조적 변화에 더 기인한다”고 밝혔다. 크루그먼 등 일부 경제학자들도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은 관세와 환율을 연계한 ‘당근과 채찍’ 방식의 경제외교에 가깝다”며 “‘관세로 압박하고 환율로 유도하며, 방위비와 통화스와프로 유인하는’ 식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방적 압박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재정 적자 확대, 금리 상승,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등 미국 경제에도 심각한 후폭풍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국채금리는 관세 인상 직후 급등했고, 이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불안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 위원은 “우리는 미국이 말하는 논리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관세 자체보다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임정문]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관세 자체보다 더 큰 충격 유발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관세 자체보다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실장은 “트럼프 2기 이후 미국의 관세율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는 강력한 보호무역 기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품목별로 상이한 관세 인상과 유예 조치가 반복되면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총재와 IMF 총재,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 등도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조사 결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경영상 애로사항으로 꼽은 응답 비중이 코로나19 이후 최대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20%)과 미국(19%) 순이며, 대미 수출 품목 중 자동차·운송장비, 반도체 및 전자·광학기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장 실장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부과가 유지될 경우 한국의 GDP는 약 0.5% 감소할 것”이라면서 “이 중 운송장비 부문은 0.3%포인트의 감소 효과를 유발하며, 화학, 전자기기 등 주요 제조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실장은 “한국 제품이 중국을 거쳐 미국에 수출되는 간접 경로(중국 가공 후 재수출)를 통한 국내 GDP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 중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비중은 2%에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접 경로로 인한 GDP 유발 효과는 -0.02%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 3층 불스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경제 정책 영향과 대응 방향’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임정문]

무역 불확실성 장기화되면 GDP 성장률 최대 0.6%P 추가 하락

무역 정책 불확실성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장 실장은 “미국 내 무역 정책 관련 뉴스 빈도를 기반으로 만든 ‘무역 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트럼프 2기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이 같은 불확실성은 기업 투자, 고용, 소비 심리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장 실장은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실제 관세가 부과되지 않아도 GDP와 수출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2018년~2019년 기간 동안 무역 정책 불확실성 충격은 국내 GDP를 평균 0.2%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충격 또한 같은 기간 0.2%의 감소를 유발한 바 있다”고 했다.

최대 1%포인트에 가까운 GDP 성장률 감소 가능성이 있다. 장 실장은 “무역전쟁은 일시적 휴전 상태일 뿐, 재협상 과정에서 마찰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IMF도 2026년까지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 유지될 경우, 국내 GDP 성장률은 최대 0.6%포인트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장 실장은 대응 방향에 대해 “불확실성의 정량적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호 관세 유예 시한 이전에 원만한 무역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협상 시에는 경쟁국 대비 유리한 관세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LNG 등 대미 수입 확대 여지가 있는 품목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고,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통해 경기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올해 경기 위축은 2015년 글로벌 제조업 불황기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현재는 글로벌 경제의 전환기”라며 “미국이 패권 유지 의지를 바탕으로 실물경제는 관세 정책, 금융 분야에서는 약달러 정책을 통해 무역 불균형 해소와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병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임정문]

“한국, 수출 중심 구조 체질 개선 필요”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현재는 글로벌 경제의 전환기”라며 “미국이 패권 유지 의지를 바탕으로 실물경제는 관세 정책, 금융 분야에서는 약달러 정책을 통해 무역 불균형 해소와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병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의 통상 정책이 단기적 수단을 넘어 구조적인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미국의 적극적인 통상정책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강 본부장은 “미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때 24%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내에서는 자국의 관세·환율 정책이 유효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이러한 글로벌 환경 변화가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국내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지연하고 있으며, 이는 이미 2017년부터 투자 증가율이 정체된 상황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 대응 방안으로 관세 문제에 있어 기준 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제외 품목을 확대하는 등 기술적인 접근을 제안했다. 또한 강 본부장은 “미국에 대한 현지 투자 확대는 궁극적으로 수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동차, 조선, 원전 등 산업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지속하더라도 이는 물가 상승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야기할 수 있어 장기적 지속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강 본부장은 “미국 내 고비용 구조는 자국 내 생산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보조금 중심의 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단기 대응을 넘어선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강 본부장은 “이제는 수출 중심 경제를 넘어,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국내 경제에 선순환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일본 등 유사 체제 국가와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투자 인센티브 정책에 있어 조세 감면 중심에서 벗어나 직접 보조금 중심으로 전환하고, 자본시장과 산업정책의 결합을 통해 ‘돈의 경쟁’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결국 돈을 어디에 어떻게 풀 것인가가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상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전개될 한미 통상 협상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사진=임정문]

신중한 접근 강조

예상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전개될 한미 통상 협상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불확실성 완화를 위해 빠른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서두르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며 “오히려 미국도 선거와 입법 일정 등으로 시한 압박을 받고 있기에,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 위원은 “정교한 경제 분석과 협상 전략 없이 진행되는 통상 정책은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라며, “한국도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와 기업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정밀하게 분석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국제금융시장분석실장은 “정부나 주요국의 입장이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환율 시장 방향성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임정문]

“환율 문제, 정부 발언 하나가 시장에 영향 미칠 수 있어”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국제금융시장분석실장은 “정부나 주요국의 입장이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환율 시장 방향성을 유도할 수 있다”면서 “투기적 거래가 시장을 지배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정부의 한 마디가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달러 강세를 이끌었던 미국의 고금리 정책이 다시 약화될 수 있다”며 “연준이 주시하는 노동시장 지표가 8월부터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인하 사이클 재개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경우 달러가 예상보다 더 약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실장은 “미국 금리가 오르는데도 최근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미 국채가 전 세계 자산의 벤치마크이자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지위에 금이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정 건전성 문제로 하드커런시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런 모습이 반복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실장은 “단기적인 시장 움직임과 함께 달러화의 방향성, 미국 국채 금리 변화는 장기적으로도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며 “우리나라 역시 대응 전략을 계속 점검하며 빠르게 적응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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