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상법 개정 재추진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21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제 및 금융 혁신 전략’을 주제로 ‘2025 글로벌 금융비전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선 상법 개정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 및 주주’로 명확히 하고, ‘전체 주주의 공평한 대우’ 원칙을 명시한 것이다.

“상법 개정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회”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이날 발표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은 만약 미국이라면 물리적으로 통과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미국은 소수주주의 과반수 동의를 요구하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 증시가 1982년부터 강세장을 이어가며 S&P 500 시가총액이 2024년 하반기에 50조 달러를 돌파했다”면서 “공정한 법적 기준은 오히려 인수합병을 활성화하고 자본시장의 발전을 이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서는 주주대표소송이 24년간 고작 139건, 그중 상장사 대상은 35건에 불과한 현실”이라며 “이제는 소수주주를 보호하고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업 친화적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소액주주는 회사의 팬…거수기 이사회 이제 멈춰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운영하는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는 “소액주주는 회사를 해치려는 존재가 아니라, 누구보다 회사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팬클럽’”이라며, “이사회가 그 신뢰를 배신할 때 주주들이 등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DB하이텍, 두산에너빌리티, 웅진씽크빅 등 대기업의 이사회가 제대로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무시한 결정들을 반복해 왔다”며 “우리나라 이사회는 스테이크 써는 곳이지,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상법 개정이 경영 위축이 아닌 경영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PBR 0.1 수준의 기업들이 즐비한 현실에서, 상법 개정은 저평가 해소를 돕고 자본 조달 효율성을 높인다”며 “경영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경영을 방치하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행태가 위축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선관주의 의무라면, 지배주주의 사익을 배제하는 건 너무도 상식적인 충실 의무”라며 “이조차 구분 못 하는 사람은 애초에 이사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 개정 논의가 법학자들 중심으로만 진행되는 현실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모두가 법학 전문가는 아니며, 법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지금 주주 현실을 외면하는 법이라면 상법 하나가 아니라 상법 100개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DB하이텍이 연간 영업이익보다 큰 금액을 골프장에 투자했지만 이사회는 이를 견제하지 못했고, 두산은 7조원짜리 미국 자회사를 2조원에 넘겼지만 주주총회에서도 통과됐다. 웅진도 아무런 절차 없이 자금을 이전했다”며 “이런 비상식적인 결정들이 반복되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상법 개정이 현실화되면 주가가 상승하고, 같은 지분 희석으로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곧 우수 인재 채용, 신사업 투자 등 경영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고 전망했다. 그는 “행동주의가 번지는 이유는 기업이 싸기 때문”이라며 “주주가치를 높이면 행동주의도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액주주는 회사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며 “이사들이 충실 의무조차 판단하지 못한다면 교체되는 게 맞고, 지금이 바로 상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옥죄는 상법 개정, 청년 일자리 줄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상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외국인 투자 및 청년 일자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상법 개정안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과 글로벌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직접 투자 유출이 유입보다 많고, 청년 취업률이 45%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더욱 옥죄면 우리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또한 김 교수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에 평택 공장의 11배 크기 공장을 짓고 있고, 현대차는 미국에 3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한국의 규제 환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정규직·비정규직 구분이 없고, 주 52시간제도 없다”며 “반면 한국은 노동 생산성 OECD 38개국 중 34위로 최하위권인데, 규제는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인 ▲이사 충실의무의 대상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용이하게 만들고,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그는 “한국은 여전히 정부의 허가 없이는 새로운 산업이 불가능한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우버·에어비앤비·타다 등 혁신 산업이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의 법인세는 26%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상속세 역시 높다”며 “이로 인해 부유층이 싱가포르나 캐나다 등으로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법인세를 21%에서 15%로 인하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법인세와 상속세 모두 0%에 가깝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상법 개정안은 기업 환경을 악화시키고 해외로의 자본 유출과 청년 일자리 감소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 역행하는 상법 개정, 기업 경쟁력 위협”
코스피 상장사를 대표하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정우용 부회장은 “상법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점진적으로 개정돼야지, 졸속적으로 손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상법은 저와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저는 은퇴할 나이에 이르렀고 법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지난 60년간 기업 환경이 국내 중심에서 글로벌 경쟁으로 급격히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법은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논란이 됐던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 상법 개정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 부회장은 “이 개정안은 주주 이익 보호에는 실질적 기여를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기업 경영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상법의 원칙은 쉽게 건드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 보호는 자본시장법 등 기술적 법제를 통해 충분히 다룰 수 있으며, 상법은 기본적인 기업 운영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사 책임 확대와 관련된 개정안에 대해서는, 미국 델라웨어주의 사례를 예로 들며 법 체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델라웨어주도 최근 판례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법을 개정해 이사 책임의 면책 요건을 명확히 했다”며 “상법 개정이 외국 사례의 단편적 인용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 소송 부담 지나치게 커질 것”
그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사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이 주주 개개인에게까지 확대되면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현행 상법상 이익은 회사에 귀속되기에 소송 유인이 적지만, 정안이 도입되면 주주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며 소송이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사가 퇴임 후에도 최대 10년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과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고 이익을 내야 주가도 오르고 배당도 가능하다”며 “무리한 배당 요구나 규제 강화가 오히려 주주의 실질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 보호는 중요하지만, 상법 개정은 신중해야”
권용수 건국대 KU글로컬혁신대학 교수는 “주주 보호는 중요하지만, 그것을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 의무로 규정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했다. 그는 “이사에게 주주의 이익 보호를 명시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과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는 영리성을 추구하는 법인으로, 이익의 분배까지 포함된 개념”이라며 “이사가 회사를 위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고려한다는 의미이지만, 이사의 법적 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는 이유는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최근 상법 개정 논의가 ‘주주 보호’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권 교수는 “주주 보호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의 총체적 가치를 키워서 결과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사의 의무 확대가 가져올 수 있는 법적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권 교수는 “개정안에는 ‘전체 주주’, ‘총주주’ 등 명확하지 않은 개념들이 혼재돼 있다”며 “이는 이사들의 경영 판단을 소극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이사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기대를 이사에게만 부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주주와의 건설적인 대화와 소통이 가능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한 정책 제안으로 ▲전자주주총회 활성화 ▲장기 보유 주주 세제 인센티브 ▲복수의결권 도입 ▲이사의 성과 연동 보수 도입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과 사회가 함께 잘 사는 방향”이라며 “상법 개정이라는 법적 틀의 변화보다는,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유연한 정책 도입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 기업 리스크 줄일 대안 필요해 " [현장+]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상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에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5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K-밸류업 1년,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딜사이트 기업지배구조 포럼이 열렸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날 발표를 통해 “이사회의 충실 의무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이 기업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무 전공인 신 교수는 “기업의 목적이 주주 부의 극대화에 있다고 강조하며, 현재의 상법 개정이 이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와 회사는 계약 관계이며,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주주에게 충실할 의무가 추가되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주주의 개념이 단일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