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일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는 외환위기 당시 사외이사 제도 등과 함께 도입됐어야 한다. 외환위기 직후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가 도입됐다면 지주회사의 저평가 현상은 현재보다 훨씬 완화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IMF 외환위기 직후 국내 기업과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 규제가 대폭 강화되었으나,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봤다.
엄 연구원은 “1998년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유가증권 상장규정 개정)와 1999년 도입된 지주회사 제도(공정거래법 개정)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적인 조치였다”면서도 “당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가 함께 도입되었다면 더욱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사외이사 및 지주회사 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가 명문화되지 않은 법제적 환경에서 단순히 사외이사의 수와 비중, 지주회사의 행위 제한 요건 등의 표면적인 법적 의무 충족이 우선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엄 연구원은 “만약 IMF 직후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가 법제화되었고, 현 시점에서 시행된 지 20년이 넘은 상황이었다면, 현재 한국 기업들이 겪고 있는 지주회사 저평가 현상도 상당 부분 완화되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블래쉬자산운용의 배준범 부사장은 “이사회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사들이 받는 보수는 그 역할에 대한 보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주주 이익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법률이 아니라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며 “그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다면 애초에 이사회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상법 개정안의 효과로) 주주 행동주의를 비판하지만, 적어도 행동주의는 다른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행동을 대놓고 하지는 않는다”며 “과거 액티비즘이 제기했던 요구들을 다시 보면,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대부분 상식적인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안 있다면 빨리 나와야”
윤지호 전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전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부권 행사로 인한 여론 악화를 만회하려면,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대안 제시나 재추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이야기가 아니고 투자자라면 당연한 상식”이라며 “비정치 지향적인 투자자들 여론도 완전히 등을 돌릴 것 같다”고 봤다.
그는 “결국 관료들은 오너들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든 것 같다”며 “한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오너 가치보다 주주 가치가 우선하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표는 “너무나 전근대적인 가문 지배를 끝내야 진짜 자유주의자들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대기업 오너 중심의 경영 구조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야 삼성도, 신세계도, 또 여기도 저기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며, 한국 경제 전반의 발전을 위해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장을 밝혔다.
그는 또한 “주인이 있고, 마름 사고를 가진 이들이 경영진이 되어 운영하는 체제로는 이제 한계가 있다”며 “주주 가치가 더 중시되는 시대에 들어섰다면, 이제는 파이낸스 사고뿐만 아니라 법 지식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다.

“상법 개정은 강도 막는 장치”
행동주의를 지향하는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의 김봉기 대표는 “강도짓은 남의 재산을 빼앗는 것”이라며 “이 법은 극소수 지배주주가 국민 대다수 일반주주의 재산을 강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였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도둑질을 막자는 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 법은 상식이며, 정의이고, 국민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법이었다”면서도 “그러나 권한대행은 소수 특권층의 편에 섰고, 국민의 권리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가리켜 “소수 지배주주가 합법의 탈을 쓰고 다수 국민의 재산을 약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할 ▲합병 ▲일감 몰아주기 ▲유상증자 ▲자사주 활용 ▲CB/BW 발행 등을 문제 삼으며 “이 모든 수단은 지배주주의 이익 극대화와 일반주주의 희생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한 “대법원조차도 이 법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며 “국가 최고 사법기관이 ‘주주 보호의무’를 강조했음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치적, 기득권적 이유로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뿌리이며,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이 싸움은 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국민이 침묵하면 결국 약탈을 용인하는 꼴이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이 법은 대한민국에서 세습 자본주의를 막는 마지막 방어선이었다”며 “지배주주가 국민의 재산을 탈취하고, 이를 자녀에게 세습하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이는 더 이상 자본주의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법안이 통과됐다면 ▲코스피 두 배 상승의 기반 마련 ▲투자자 신뢰 회복 ▲국민연금 수익률 향상 ▲국가 세수 증가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 제공 ▲자본주의의 국제적 신뢰 회복 등의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라는 낙인을 찍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더라도 이 법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며 “정권이 교체되면 국민의 힘으로 다시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의는 일시적으로 막힐 수 있어도 사라지지 않으며, 진실은 지연될 수 있어도 결국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국민, 공정한 기회를 바라는 청년, 진정한 자본주의를 원하는 국민 모두가 이제 묻고 있다”며 “왜 도둑질을 막는 법을 거부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선택은 분명하다. 강탈을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 재산을 지킬 것인가”라며 “이 법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며, 지켜볼 것이고 반드시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법 개정안, 기업 리스크 줄일 대안 필요해 " [현장+]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상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에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5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K-밸류업 1년,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딜사이트 기업지배구조 포럼이 열렸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날 발표를 통해 “이사회의 충실 의무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이 기업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무 전공인 신 교수는 “기업의 목적이 주주 부의 극대화에 있다고 강조하며, 현재의 상법 개정이 이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와 회사는 계약 관계이며,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주주에게 충실할 의무가 추가되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주주의 개념이 단일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