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액주주들의 대한제강의 자사주 소각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오치훈 대한제강 회장 부자가 보유 주식을 대거 현금화했다.
20일 공시에 따르면, 오 회장과 아들 오아무개씨 등은 대한제강 40만주(1.16%)를 전날 시간 외 거래로 매도했다. 약 52억원 규모 주식이다.
이번 매도로 오 회장 개인 지분율은 24.71%로 줄었다. 아들 오씨 지분율은 1.77%가 됐다.
오 회장은 2022년 아버지인 오완수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후 자신의 지분을 오씨 등에게 일부 증여했다. 오 회장이 상속을 받은 지분을 판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제강의 주가 상승은 철근 수요 호조, 재고 부족, 판매가격 인상이라는 ‘3박자’가 맞물리며 실적 개선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건설 및 제조업 회복 흐름 속에서 철강 업황 전반이 반등하고, 특히 철근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화된 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국내 건설 경기와 밀접한 철근 사업은 주택 시장과 SOC 투자 흐름에 힘입어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적 전망이 상향되며 목표주가도 조정됐다. 또한 과거 고점 대비 크게 하락했던 주가가 저평가 매력을 바탕으로 바닥을 다지고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 2월 초 기준, 철근 업황 개선 기대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대한제강 관계자는 “차입금 상환 및 세금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한 매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대한제강 주가에 호재인 자사주 소각을 할 계획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식 매도 계획이 있다면, 자사주 소각 뒤에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초 기준 대한제강의 자사주 비중은 29.2%에 달했다. 이후 이를 대동·대동기어·금강공업과 맞교환하고, 일부는 사내복지기금에 넘겼다. 현재 자사주 비중은 16.3%다.
주주들은 정부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 추진과 맞물려 이 자사주가 소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사주가 소각되면 기존 주주들은 지분율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사실상 주식을 추가로 배당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오 회장이 자사주 소각 후 주식을 팔았다면 더 큰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계획에 대한 발표 없이 보유 주식을 최대주주가 팔았다는 것은 자사주 소각이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