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회사 상장해소, 왜 중요할까…히타치 사례보니 [현장+]

김형균 상무 [사진=김찬준]

일본 기업 히타치(Hitachi)의 성공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한국 기업들에게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7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주최한 ‘일본 거버넌스 개혁 추이와 2025년 전망, 한국에 주는 시사점’ 세미나가 서울 여의도에서 열렸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상무는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과 일본이 전 세계에서 모자회사가 동시 상장된 사례가 가장 많은 국가”라고 지적했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 기업 8.47%, 일본 기업 6.11%가 모자회사 동시 상장 상태였다. 김 상무는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현상”이라며 “미국과 영국에서는 모자회사 동시 상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자회사 동시 상장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히타치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지배구조 개혁이 본격화되기 전인 2008년 이후에도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자회사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이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히타치, 20개 이상 자회사 상장 폐지

히타치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본 기업 역사상 최대 손실인 약 9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큰 위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히타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자회사 상장을 폐지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김 상무는 “히타치가 2009년 이후 20개 이상의 자회사를 상장 폐지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회사 주식을 공개 매수하거나 대주주가 100%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히타치는 단순히 상장 폐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업은 유지하고 비핵심 자산은 매각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분석했다.

히타치는 한국에도 상장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2014년 국제엘렉트릭을 공개 매수를 통해 상장 폐지했다. 당시 주당 2만 5000원의 가격으로 PBR(주가순자산비율) 2.6배 수준의 프리미엄을 제공했으며, 이후 배당을 4배 증가시키고 영업이익을 2배 이상 늘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김 상무는 “기업 구조조정이 단기적으로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조지 버클리 전 3M 회장 [사진=국무총리실]

강력한 이사회 개혁…이사 12명 중 5명이 외국인

김 상무는 “히타치의 성공적인 구조조정 뒤에는 강력한 이사회 개혁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히타치의 이사회 구성에서 12명 중 9명이 사외이사(독립이사)이며, 그중 5명이 외국인”이라며 “이사회가 회사 운영의 핵심적인 방향을 결정하고, 경영진의 독단적 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히타치의 사외이사 중 한 명인 조지 버클리 3M의 전 회장은 “이렇게 소극적인 계획이면 미국에서는 CEO가 해고될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이 점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대목이다.

“한국 기업도, 모자회사 동시 상장 해소해야”

김 상무는 “한국 기업들이 히타치의 사례를 참고하여 모자회사 동시 상장을 해소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며, 강력한 이사회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거래소의 핵심성과지표가 단순한 상장 기업 수 증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질적 성장과 가치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아직도 상장사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히타치처럼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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